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정기 성지순례(하지; hajj) 기간 동안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는 올해 성지 순례 기간 중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가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하지가 끝난 지 닷새 만에 사망자 관련 공식 집계를 공개했다. 성명서에서는 사망자 가운데 83%가 성지 순례 자격이 없는 이들이기 때문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무려 6배나 늘어났다. 당국은 극심한 더위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는 지난 17일 최고 기온 화씨 125도(섭씨 51.6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무허가 방문이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순례객들이 메카에 합법적으로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발급하는 라이선스 중 하나를 취득해야 한다. 이 중 하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대개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무자격으로 방문한 이들이 많았고, 이들은 에어컨이나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공식 운영 버스에 탑승할 수 없기 때문에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현장에 있던 한 순례객은 CNN과 인터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죽은 순례자들을 봤다. 거의 수백미터마다 시신이 누워있고 하얀 천(이롬; ihrom)으로 덮여 있었다”면서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의료진이나 구급차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료 서비스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파하드 알잘라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장관은 현지 국영 TV에 출연해 “순례객 중 열사병 등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5000건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4만1000건은 무허가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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