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본격적인 3세 경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합류한다. 앞으로 신 전무는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 함께 그룹 전체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청사진을 그리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26일 롯데홀딩스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무의 사내이사직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신 전무가 사업 계열사가 아닌 지주사 이사진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는 일본 롯데 계열사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롯데파이낸셜 대표를 각각 역임했다.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한국 롯데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롯데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컨트롤 타워다. 롯데 지배구조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져 있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분 과반수를 보유한 광윤사다. 다만 주요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27.8%), 임원지주회(5.96%) 등은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에 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롯데홀딩스는 중간 지주사인 호텔롯데 최대주주다. 롯데지주 또한 호텔롯데(11.1%), 롯데홀딩스(2.5%) 등 일본 지분이 상당수 얽혀있다. 결국 롯데홀딩스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국 롯데까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신 전무가 지주사 내 영향력을 키우면서 3세 승계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2022년 롯데케미칼 임원직에 오른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신 전무는 올해 정기 인사에서 지주 미래성장실장직을 맡아 그룹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요직으로 전진 배치된 상태다. 지난 2022년 이후 그룹 정기 사장단회의(VCM) 회의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최근에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L7 시카고 바이 롯데' 개관식에 참여했으며 20일에는 독일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았다. 자신이 몸 담았던 화학·바이오 외에도 유통·호텔·바이오 등 그룹 전반을 두루 살피며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눈에 띈다.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 전무는 이달 초 롯데지주 보통주 7541주(지분 0.01%)를 매입했다. 그가 한국 롯데그룹 상장사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화학·식품·호텔 사업군 별로 추가적인 지분 매입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한국 국적 취득이다. 그는 아직까지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룹 중추인 한국 롯데 영향력을 확대하고 확실한 후계자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 취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올해 만 38세가 되면서 병역 의무가 면제됐다. 연내 한국 국적 취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신유열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롯데파이낸셜 대표로서 금융시장에 대한 조예가 깊고, 롯데홀딩스 경영전략실을 담당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무의 큰아버지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회장은 경영권 획득에 또다시 실패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회장의 경영 복귀, 정관 변경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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