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하려면 '국산화'에 얽매이기보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과 협력해 '국내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합니다.”
박춘근 CGPM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을 만나 “일본 기업이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한국 기업이 하루아침에 따라잡아 국산화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국내 진출을 희망하는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있는 만큼 이들과 적극 협력해 기술을 배우고 국내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동진쎄미켐, 다우케미컬, JSR EM코리아 등에 근무한 한국 1세대 반도체 소재 전문가다. 지난 2021년 소재업체 CGPM을 창업했다. 현재 세종시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5459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2분기부터 PR 폴리머와 감광제(PSM) 등의 소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미 동우화인켐(스미모토화학), 닛산케미칼,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고객사도 확보했다.
한미일 3국이 산업장관회의를 정례화하며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정작 소재에서의 한국 경쟁력은 뒤처져 있다는 게 박 대표 진단이다.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을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됐으나, 정작 소재가 아닌 포토레지스트(PR)와 같은 전자재료에만 투자와 지원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이 전자재료를 일부 국산화했고 스미모토화학, 도쿄오카공업(TOK), 듀폰, 닛산케미칼 등 주요 해외 기업이 한국에 생산공장을 지었지만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 대다수는 여전히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며 “소재 수입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처럼 락다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원하는 건 국내에서 전자재료뿐 아니라 소재까지 생산되는 안정적 공급망”이라며 “CGPM은 전자재료·소재 선진 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소재의 국내 생산을 진행, 반도체 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GPM은 일본, 유럽, 미국 등 해외 기업과 세종캠퍼스 내 합작 생산시설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요 전자재료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국내 생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자체 공장 설립을 계기로 인력은 올해 2배가량 증원한 6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정부 지원이 소재가 아닌 전자재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전자재료와 소재를 명확히 이해하고 구분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재→전자재료→반도체'로 이어지기에 소재 기업을 발굴하고 국책과제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 여부가 해외 기업과의 협력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에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