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태생의 독일 기업가이자 암호화폐 사기꾼, 루자 이그나토바의 현상금이 우리 돈 70억원으로 인상됐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 ·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17년 실종된 암호화폐 사기 혐의를 받는 루자 이그나토바의 체포 보상금을 500만 달러(약 69억원)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현재 FBI가 쫓고 있는 여성 범죄자 가운데 최고액이다. 러시아 범죄조직 두목인 세미온 모길레비치, 온두라스 범죄조직 MS-13의 간부 율란 아도나이 아르카가 카리아스 등과 동급의 현상금을 이그나토바에게 건 것.
1980년생으로 현재 만 44세인 이그나토바는 과거 불가리아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회사 '원코인'(OneCoin Ltd.)을 창립한 인물이다.
그는 영어, 독일어, 불가리아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독일의 하버드', '작은 하버드'라는 별명이 있는 독일 명문 콘스탄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언변과 마케팅으로 '원코인'을 투자자들에게 팔아 치웠다. 원코인은 처음부터 철저히 사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었다.
그에게 속은 피해자는 약 3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피해 규모는 약 40억 달러(약 5조 5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악의 암호화폐 사기 중 하나로 꼽힌다.
'암호화폐 여왕'(Crypto Queen)으로 불리던 이그나토바는 영국 런던에 있는 펜트하우스, 700만 달러(약 96억원)가 넘는 요트를 소유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다 수십억 달러를 훔쳐 달아났다.
이그나토바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017년 10월 25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그리스 아테네로 향하는 민항기다.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의 최측근인 스웨덴 출신의 칼 그린우드는 지난 2018년 태국에서 체포됐다. 그는 지난해 미국 지방 법원으로부터 폰지 사기와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고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그나토바는 2017년 이후 행적을 감췄다. FBI는 2022년 그에 대해 암호화폐 사기를 조직한 혐의를 적용하고 10만 달러의 보상금을 걸고 수배했다. 이후 보상금을 25만 달러로 인상했지만, 그럼에도 7년 가까이 흔적이 나오지 않자 이를 20배까지 늘렸다.
FBI는 “이그나토바는 독일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 불가리아, 독일, 러시아, 그리스 및 여러 동유럽으로 여행할 수 있다”면서 “새빨간 립스틱과 짙은 갈색 머리를 유지하며 여러 동료와 함께 이동 중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얼굴은 성형 수술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가 이미 살해됐기 때문에 행방이 묘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18년 살해당한 한 불가리아 경찰 관계자 자택에서는 이그나토바가 '보호 비용'을 내고 있던 마피아로부터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발견됐다.
문서에 따르면 그는 만취한 상태로 마피아 보스의 개인 요트에 머물던 중 마피아로부터 살해됐다. 이후 그의 사체는 분해돼 이오니아해에 뿌려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