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카리브해 동쪽 섬 지역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 들이닥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4등급 허리케인 '베릴'(Beryl)은 이날 오전 카리브해에 있는 영연방군주국 그레나다의 카리아쿠섬을 통과해 원드워드 제도에 상륙했다.
처음 최대 풍속 시속 240km로, 4등급이었던 허리케인 베릴은 카리브해를 지나며 점점 강해져 5등급 허리케인에 가깝게 강해졌다. 5등급과 불과 3km/h 차이였다.
그레나다 총리 디콘 미첼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리아쿠섬과 쁘띳 마르티니크섬에서 여러 파괴와 황폐화가 보고됐다”면서 “30분 만에 카리아쿠섬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는 즉각 보고되지 않았지만 주택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가 뽑히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특히 허리케인은 보통 9월쯤 정점을 찍기 때문에 예상보다 이르게 강력한 태풍이 상륙해 피해를 키웠다.
일반적으로 6~7월에는 대서양 해수 온도가 열대 저기압이 발달할 만큼 뜨거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허리케인의 규모를 키웠다. 허리케인 전문가인 짐 코신은 CNN에 “허리케인은 지금이 몇 월인지 모른다. 베릴은 6월의 기록을 깨고 있다. 지금이 9월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 허리케인은 매우 위험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원드워드 등 일부 지역에는서 폭풍으로 인한 큰 파도가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허리케인 경보가 자메이카 등에 발효 중이다. 또한 근방 섬들인 바베이도스와 그레나다, 토바고,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등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돼 주민과 방문객 수천 명이 집이나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바베이도스에는 지난 주말 크리켓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강풍에 따른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허리케인 시즌에 평년 수준(평균 14개 수준)을 크게 웃도는 17~25개의 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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