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나 볼법한 실리콘 마스크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한 절도 범죄가 발생해 판매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중국 인터넷 매체 광명망(光明网)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쉬저우의 한 마을에서 5건의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역 공안국에 접수됐다.
용의자들은 총 3만 위안(약 570만원) 상당의 현금과 보석, 전자제품 등을 훔쳐 달아났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에 의해 한시간 여 만에 붙잡혔다.
특히 용의자들이 범죄를 위해 준비한 변장 물품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은 전력회사 직원으로 위장하기 위해 작업복을 구비해뒀으며, 여차하면 얼굴을 바꿔 도망치기 위해 '실리콘 마스크'를 준비해 뒀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실리콘 마스크'를 이용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상하이에서 실리콘 마스크를 쓰고 노인으로 변장한 한 남성이 4가구에 침입, 10만위안(약 1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날아난 사건도 있었다.
용의자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수분장용으로 사용하는 실리콘 필름과 마스크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커머스 채널에서는 분장용 실리콘 마스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유명 배우의 얼굴을 본 딴 실리콘 마스크부터, 자신의 얼굴에 딱 맞게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주문 제작 가격은 3000~2만 5000위안(약 57만~475만원) 정도로, 약 1개월 정도 소요됐다. 고가의 상품은 저감도 안면인식기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문제는 범죄 악용 가능성이 있는 이 같은 제품을 별다른 신원 확인과 사용 목적 기술 없이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체는 총 6개 업체에 실리콘 마스크 구입을 문의했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 판매와 사용에 대한 한층 엄격한 규제와 감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샤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법학 리우 중 박사는 “신원 확인 없이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어, 범죄 용의자를 식별하기가 어렵다”면서 “안면 인식기를 우회하고 다른 사람의 신원을 이용해 절도나 기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공과대학교의 멍 치앙 법과대학 교수는 “이 경우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한 판매자 역시 다양한 법적 위험을 수반하고,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