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 세제를 '인센티브로서의 세제'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p) 추가 인하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약 경제를 위한 기업 세제 개편'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에 또 한 번 도약하려면 첨단기술 확보와 기업의 혁신 경영을 지원하는 조세 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3%p 추가로 인하하고,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나 야당 반대로 최고세율을 1%p씩만 인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22년말 세법개정으로 법인세율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1%p씩 인하됐지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최고세율이 높다”며 “법인세율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1%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시 장기적으로 설비투자는 3.97% 증가, 실업률은 0.56%포인트 감소한다”고 밝혔다.
기업규모별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 격차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은 R&D 투자액에 25% 정률로 공제받는 반면, 대기업은 매출액 대비 R&D 비용에 따라 공제율이 결정되고 있고, 그 마저도 최대 2% 한도에 그치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30%, 미국은 10~14%, 영국은 20%, 일본은 최대 14% 수준이다.
송 의원은 “R&D 투자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 세액공제율이 2%로 해마다 줄어들었는데, 이를 좀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정부 못지않게 민간 R&D 투자가 많은데, 이를 활성화해야 새로운 전략산업이 성장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전했다.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오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장은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거래에 대해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등 이중과세를 되는 부분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면서 “상장 주식 비교 방식으로 시가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기업 과세 체계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반도체 산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데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 경우는 영업이익 발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현금 환급형 세액공제 부분도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방안, 글로벌 최저 법인세(최저한세) 한도 등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오는 7월 말에 발표되는 정부 세제개편안에 일부 담길 예정이다. 송 의원은 “정부가 준비하는 세제개편안에 정확하게 어떤 내용까지 담길지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에 맡길지, 별도로 의원입법을 통해 내놓을지는 논의를 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기업 세제는 기업가 정신을 깨우고 혁신을 유인하고 보상을 작동시킬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역할에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인센티브로서의 세제로 탈바꿈이 필요한 시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대부분 입법 과제인 데다 이해 갈등이 큰 정치 영역이라 정부 혼자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야당에도 진정성 있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