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정자 기증 관리 소홀로 여러 문제가 나타나는 가운데, 한 남성이 자신의 정자를 수백 회 기증한 사례가 확인됐다.
최근 호주 ABC 방송에 다르면, 캐서린 도슨(34)은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기증 받은 정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도슨은 어머니가 체외수정 클리닉으로부터 들은 대로 아버지를 '건강하고, 관대하고, 착한 사람'이라고만 들었을 뿐 생물학적 아버지는 찾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는 자신이 호주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불임 클리닉과 연관된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해당 클리닉을 포함해 여러 불임센터에 오랜 시간 정자를 기증해왔던 것이다.
그는 2015년 기증자를 찾는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신과 매우 닮은 젊은 여성을 만났다. 두 사람은 정자은행에 각각 부여되는 고유 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처음에는 자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년 후 도슨은 DNA를 등록해 가족을 찾는 사이트를 통해 컨퍼런스에서 만났던 여성이 자신의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듬해에는 또 다른 여성이 자매로 확인됐다. 세 사람은 생물학적 아버지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각기 다른 기증자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도슨은 각각 가진 기증자 코드를 기반으로 이복 형제자매 찾기에 나섰다.
도슨은 “(생물학적 아버지는) 내가 받은 이름을 포함해 7개 이름을 사용한 것 같다”면서 “이를 또 10개의 다른 병원을 간다면, 내 이복 형제자매는 최대 700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 있지만, 실제로 도슨은 총 56명의 이복 형제자매를 찾아냈다. 그가 태어난 빅토리아를 포함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그리고 해외까지도 이복 형제자매들이 퍼져 있었다.
ABC에 따르면 1970~1980년대 호주에서는 정자를 기부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를 악용한 이들이 여러 이름을 써가며 수백회씩 정자 기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자 기증자가 줄어들자 불임 클리닉에서 자체적으로 한 명의 정자를 여러 번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복형제가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근친결혼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전병 문제도 있다. 도슨은 자신의 이복 형제자매를 찾던 중 일부에게서 대장암과 조현병 등 유전병을 확인했다. 그는 이 사실을 찾아낸 이복 형제자매들에게 공유했다면서 “이걸 알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진료소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관리 소홀로 인해 한 사람의 정자를 이용해 다자녀를 낳았지만, 실제로는 두 아이가 친족 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호주는 주 정부를 중심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퀸즐랜드주는 2020년 이전에 냉동된 수천개의 정액 샘플을 폐기하라고 명령했으며, 주 정부 차원에서 기증자를 관리하는 정보 등록소를 설립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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