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혈액형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하면서도, 냉장으로 최대 5년까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인공혈액이 개발됐다.
최근 마이니치 방송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일본 나라 현립의과대학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혈용 혈액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개발해 선보인 인공 혈액은 보라색을 띠고 있다. 이는 혈액 중에서도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중 붉은 색을 띠는 헤모글로빈에 특수한 가공을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존 기간이 만료돼 폐기해야하는 혈액에서 헤모글로빈만을 추출하고, 이를 지질막으로 감싸 캡슐화했다. 완성된 인공혈액은 혈액형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나라 현립의과대의 사카이 히로미치 교수는 “인공혈액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혈구막을 제거하고 있기 때문에, 혈액형 항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적합한 혈액의 수혈로 인해 일어나는 항원-항체 반응이 없어지기 때문에, 잘못된 혈액을 수혈해 발생하는 용혈성수혈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혈액은 보존 기간이 일반적인 혈액보다 훨씬 길다. 일본 적십자사에 따르면 일반 혈액은 냉장 보관하더라도 최대 28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인공 혈액은 상온에서 2년, 냉장으로는 최대 5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특히 연구팀은 인공혈액이 도서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인공 혈액을 지방 병원이나 의료용 헬기에 비축해 둔다면 환자의 생명이 촉각을 다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형 병원까지 이송되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를 담당한 마츠모토 마사노리 교수는 전했다.
실제로 일본의 아마미오 섬은 가고시마현에서 약 370km 떨어진 섬 마을이다. 6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해당 지역에 현재 보관된 A형 혈액팩은 6개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사고가 발생해 본토로부터 수혈 제제를 요청하더라도 평균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때문에 이 같은 지역에 인공혈액을 구비해 둔다면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6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대상자를 차츰 늘려 10년 이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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