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절단 장애인을 위한 고성능 로봇 의족을 개발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사해 비장애인이 걷는 속도에서도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이킹이나 춤까지 출 수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휴 허 미국 메사추세스공대(MIT) 생체공학센터 소장 연구팀은 신경계와 직접 연결해 작동하는 의족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
기존에도 신경을 연결한 로봇 의족은 있었지만, 신호를 온전히 전달하기 못해 실제 다리처럼 작동하지는 않았다. 미리 정의된 보행 알고리즘이 적용된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가 사지를 움직이기 위해 교대로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근육쌍의 제어 때문이라고 봤다.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경우 한 쌍의 근육이 상호 작용을 중단하기 때문에 신경계가 근육의 위치와 수축 속도를 감지할 수가 없고, 뇌가 사지를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을 내리게 할 중요한 감각 정보가 누락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작용근-길항근 근신경 인터페이스'(agonist-antagonist myoneural interface; 이하 AMI) 통해 해결했다. 자연적인 작용근(주동근)-길항근(대항근)의 상호 작용을 끊어진 자리를 컨트롤러와 센서가 대신해 두 근육이 다시 통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로봇 의족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AMI를 이식해야 한다. 발을 구부리고 기울이는 등 움직임에 사용되는 두쌍의 근육 연결을 위한 것이다. 절단 수술 중에도 이식 수술을 진행할 수 있고, 이후에도 수술로 연결할 수 있다.
운동 테스트에서 AMI는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7명의 절단 장애인에게는 AMI 수술과 새로 개발한 로봇 의족을 제공하고, 다른 7명의 절단 장애인에게는 기존 로봇 의족을 착용하게 했다. 실험자들에게 평지나 경사로를 걷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AMI 인터페이스를 가진 그룹은 기존 로봇의족 착용한 그룹보다 41% 더 빨리 걸었다. 절단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이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다.
지형 차이에 따른 대처 역시 달랐다. AMI 인터페이스를 이식한 그룹은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넘을 때 발을 꺾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족의 끝단을 움직였다.
허 교수는 “로봇 제어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신경계가 움직임을 제어하는 자연스러운 보행을 만들어내는 이정도 수준의 뇌 제어는 이전까지 없었다”면서 “이를 통해 평평한 표면을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하이킹을 하거나 춤을 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더블린 대학교의 보철학 전문가 시그리드 듀판 박사는 “이 연구는 보행 속도에 대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만, 지형 차이에 따른 대처가 실제 사용자들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5년 안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교수는 “전 세계 많은 환자의 임상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는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이끈 허 교수 역시 절단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1982년 암벽 등반 중 눈보라에 갇혀 심한 동상을 입고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그는 생체공학적 다리를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양쪽 다리에 이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