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기술이 우주항공과 국방 영역에서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전파를 이용한 고성능 영상레이다(SAR) 위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SAR 군집위성 체계 구축을 본격화한다. 우주탐사부터 감시정찰까지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SAR 기술의 최신 동향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전자신문은 한국전자파학회, 경상국립대학교와 경상남도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2024 우주항공·국방 신기술 워크숍'을 공동 개최했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해 진주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전천후 지구관측이 가능한 SAR 위성의 도전과제와 관련 전파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행사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산·학·연·관 전문가 225명이 참석했다.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전파는 인공위성 등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전자파학회를 비롯한 산학연과 힘을 합쳐 2045년 세계 우주항공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진주 지역구 의원인 강민국·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우주항공·방산을 진주시 100년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파기술이 위성통신, 항법, 지구관측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나갈 것을 독려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승규 전자신문 편집국장은 “우주항공 신기술 동향부터 연구 성과와 결과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정책 지원의 필요성과 개선 여부까지 적극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조춘식 한국전자파학회장과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도 이번 행사를 통해 우주항공 산업 중흥기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반도 지키는 눈 'SAR 위성'…전파기술로 전천후 감시정찰
행사에는 국방 우주력 핵심 전력자산으로 떠오른 SAR 위성 기술과 산업 흐름, 국내외 개발 동향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SAR는 지상에 전파를 쏜 뒤 지표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표적 신호를 합성해 영상을 얻는 레이다 기술이다. 광학카메라 위성과 달리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아 야간이나 구름이 낀 악천후에도 지상 관측이 가능하다. 우주탐사, 재난재해 관측부터 군사정찰까지 민·군 모두 활용 가능한 전천후 기술로 주목받는다.
첫 번째 세션에서 김경태 포항공대 교수는 “SAR 위성은 고해상도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 지상 군사 표적물 감지·식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지상이동표적탐지(GMTI) 기술과 표적 식별을 위한 자동표적인식(ATR) 기능 고도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탐 차토파디야이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수석연구원은 SAR를 활용한 우주탐사 사례를 소개하며 “SAR 위성 전파를 통해 금성 표면 지형을 매핑하고 물(H2O)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는 등 우주의 비밀을 푸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우주의 눈'으로 불리는 SAR시장 규모는 2022년 55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0%씩 성장해 2032년 142억7000만달러(약 19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SAR 위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3년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 발사를 시작으로 지난 4월에는 정찰위성 2호기를 쏘아올렸다. 전자광학(EO)·적외선장비(IR) 위성인 1호기와 달리 국내 독자 개발한 SAR 위성이다.
이동우 국방과학연구소 박사는 “2025년까지 EO·IR 위성 1기와 SAR 위성 4기 등 총 5기의 정찰위성을 확보하는 425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고해상도 중대형급 위성뿐 아니라 초소형 SAR 위성도 40여기 띄워 군집 위성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간 주도로 100㎏급 초소형 SAR 위성의 저비용 상용 개발이 본격화하며 다수의 군집 운용이 가능해졌다. 임병균 항우연 박사는 “해외에서는 아이스아이, 카펠라, 움브라 스페이스 등 민간기업이 초소형 SAR 군집 위성을 쏘아올리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한화시스템과 KAI를 중심으로 초소형 SA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철민 KAI 팀장은 “저비용 소형 군집위성을 통해 재방문 주기를 줄이고 촘촘한 감시정찰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위성체 레벨 국산화율은 70%, 탑재체는 100% 수준”이라고 말했다.
SAR 위성의 핵심은 고출력 광대역 송신용 증폭기, 수신부, 안테나, 전파영상 신호처리기 등 전파 기술이 적용된 탑재체다. 이번 워크숍에서 한화시스템은 방열 성능을 향상한 고성능 디지털 위성탑재체 제작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여한 우주항공 관련 전문가들은 차세대 SAR 복합 위성군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고해상도 영상 획득과 광역 관측이 동시에 가능한 HRWS 기술을 제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ETRI가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인 위성항법시스템 진화방향을, LIG넥스원은 광대역 이동통신 디지털신호처리기 개발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조춘식 한국전자파학회장은 “우주와 밀접한 전파 신기술을 다루는 이번 워크숍을 매년 진주에서 개최할 계획”이라며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나라 우주항공·국방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학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진주(경남)=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