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한러 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북한과 군사협력 수준을 높이는 러시아를 압박했다. 오는 9월에는 국제사이버훈련 'APEX(Allied Power EXercise)'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초청하는 한편, 같은달 서울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고위급 회의'도 주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공개된 로이터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나토와 군사·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8~11일까지 미국 호놀룰루와 워싱턴DC를 방문한다.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한이 유럽에게도 결정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논의(South Korea's Yoon to discuss Pyongyang's 'distinct threat' to Europe at NATO)”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의 서면인터뷰를 게재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9월 서울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주최하는 사이버방어훈련에 나토 동맹국들을 초청해 나토와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달 서울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고위급 회의'도 주최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대해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 미국 내에서도 초당적인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해 왔으며, 따라서 앞으로도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데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 여론이 거세지는 것에 대해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은 한미확장억제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다. 작년 4월 '워싱턴 선언' 합의 이후 한미동맹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대응역량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에 대해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한러 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의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내역은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위협(distinct)이자 심각한(grave) 도전”이라며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의 민폐(menace)다. 러시아 측이 결국 자신에게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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