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원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사회 근간을 이루는 두 축은 '신뢰'와 '합리성'임을 알 수 있다. 신뢰는 사람 간 관계를 안정시키고 합리성은 문제 해결의 기초를 제공한다. 일상적 상호작용부터 거시적 경제 현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원리다.
특히 신뢰는 그 원천을 '자본'과 '예술'로 구분할 수 있다. 자본이 신뢰의 한 형태임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예술의 역할은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흥미롭게도 예술은 모든 인간 집단 활동의 본질적 다섯 단계인 '집결→소통→계획 수립→실행→성과 공유'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술은 안목을 제공해 적합한 구성원의 집결을 돕고, 문학은 소통과 계획 수립 과정을 견고하게 한다. 음악은 실행 단계에서의 조화로운 협업의 윤활유가 되고, 무용은 집단의 일체감을 형성해 성과 공유를 촉진한다.
즉, 예술은 단순한 문화적 장식품이 아닌 사회적 신뢰 구축의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예술을 존중하는 문화는 고신뢰 사회만의 특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선진화된 국가 사회를 보면 리더부터 구성원까지 예술을 장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면 예술을 단순한 문화적 장식품으로만 치부한 사회는 신뢰 구축과 성장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같은 관점에는 현대 소비사회의 역학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본다. 흔히 저가 상품이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킨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는 단기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오히려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가 가미된 고부가가치 상품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예술 요소의 영향력 범위는 기능적 필요 충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조던 농구화, 애플의 아이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품들은 팬덤, 곧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형성한다. 저가 상품 중심의 소비가 과소비와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반면, 가치 중심의 소비는 더 책임감 있고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기업은 성장을 위해 또 다른 문화적 혁신과 창의성 발현에 힘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산업 발전, 사회적 신뢰 구축, 삶의 질 향상이 함께 이뤄진다.
또 지금 시대에는 예술적 영향력 발현의 장벽이 과거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일종의 예술 역량을 펼쳐 대중과 신뢰를 쌓으면서 문화적 영향력을 보유하게 됐고, 최근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이미 예술적 요소가 반영되는 소비가 더 확대된다는 신호다.
결국 우리는 현대 소비사회를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을 넘어서 문화적 가치 창출과 이로 인한 신뢰 형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예술 요소가 가미된 상품과 저가 상품이 적절히 채워지는 균형이 맞춰질 때,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진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와 문화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도 연결해 볼 수 있다. 문화와 신뢰, 그리고 합리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사회야말로 구성원에게 풍요를 돌릴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사회경제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고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