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억제에 초점을 맞춘 2세대 비만치료제를 넘어 '건강하게 살을 빼는' 3세대 비만치료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고 당뇨나 심혈관 질환까지 치료하는 종합적인 대사질환 치료제로, 비만치료제 시장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개막한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BIX) 2024'에선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을 주제로 국내 주요 제약사가 글루펩타이드(GLP-1) 기반 글로벌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과 주요 기술 등을 소개했다.
GLP-1 제제는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에 효과를 주며, 인슐린 분비와 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최근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에 대한 효능이 보고된 가운데 알코올 중독, 치매 환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식욕감퇴를 주요 인자로 해 비만을 치료하는 노보노디스크 '삭센다'를 넘어 근감소를 줄이고 다양한 대사질환까지 치료하는 3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현재는 단순하게 체중 감량이라는 절대적 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을 뺄 것인지 퀄리티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결국 체중감량이 근육 손실이 아닌 체지방 감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글루펩타이드(GLP-1)과 위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삼중작용제를 개발 중이다. 각 호르몬 기능을 최적화해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고 대사성 질환까지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최 센터장은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기전을 활용해 근육 손실 없는 체중감량에 효과를 보였으며, 심장 섬유화를 막고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데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 역시 2세대 비만치료제들이 20% 이상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상황에서 시장에선 안전하면서도 추가적인 장점을 가진 치료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약물이 15~20%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지만 기본적으로 식욕 억제를 매개로 하는 치료제”라며 “체중과 근육을 모두 손실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약을 끊었을 시 급격한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안으로 제시한 자체 개발 중인 3세대 비만치료제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치료제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해 체중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슨병과 치매 등에 GLP-1 제제를 활용해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또 퇴행성 뇌질환과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에도 적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MASH 신약후보물질 'DDO1' 글로벌 임상2상 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았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DD01은 GLP-1 글루카곤 이중 수용체 작용제로 전임상 연구에서 체중 감소와 지방간 감소에도 효과를 나타냈다”면서 “GLP-1 제제가 MASH 영역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추후 임상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