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인력만 450명'…LG엔솔이 BMS에 공들이는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개발에 400명 이상의 연구원을 투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BMS는 전류·전압·온도 등을 모니터링해 배터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인 데, LG에너지솔루션은 BMS가 단순 배터리 관리를 넘어 데이터 기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BMS개발센터에는 약 45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전문 인력으로 BMS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R&D 인력은 4067명인 데, 이중 10% 이상이 BMS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시스템 구조.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시스템 구조.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BMS에 힘을 주는 건 일차적으로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과도한 열 에너지가 생겨 화재와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BMS는 과충전·과방전·과전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해 이같은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서비스 결합을 통한 신사업, 신시장 창출이다.

BMS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접목하면 배터리 퇴화 상태와 안전성을 정밀 점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된 이후 충전, 정비·교체, 탈거·운송, 재제조·재사용·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를 살피는 게 회사 구상이다. 서비스 측면에서 짚어보면 배터리 성능 진단을 통한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과 거래, 이차전지 구독·교체, 재제조 배터리 평가 등을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주목하는 분야는 중고 전기차 성능 평가와 리스 사업으로 전해졌다. 중고 전기차 가치를 측정하려면 배터리 건강 상태(SoH)와 잔존 수명을 파악해야 하는데, BMS 데이터를 통해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만큼 파트너사와 협업해 리스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위해 전기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퀄컴이 공동 개발하는 BMS 진단 솔루션.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퀄컴이 공동 개발하는 BMS 진단 솔루션. (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다. BMS 개발과 데이터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진짜 배경으로, 향후 데이터 주도권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도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굵직한 협력 관계도 맺었다. BMS 연산 알고리즘과 고성능 배터리 관리칩(BMIC) 개발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글로벌 기업인 퀄컴, 아나로그디바이스(ADI)와도 협업을 시작했다.

이달훈 LG에너지솔루션 BMS개발센터장(상무)은 지난 5월 전자신문이 주최한 '배터리데이 2024'에서 “BMS 기술을 활용하면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고객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보험사나 렌탈사 등과 논의를 시작했고, 향후 신개념 차량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