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2회 연속 동결이다.
환율과 가계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자칫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3.0%포인트 올린 뒤 지금까지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1년 6개월째 최장기간 동결 기록이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내부 논의에 대해 “저를 제외한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 가계부채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요인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17개월 만에 1400원대로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가계 부채 상황도 불안하다. 지난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20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가계부채 증가는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까지 낮아지며 한은 물가안정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 농산물가격·공공요금 인상 등 향후 물가 상방 요인이 남아있어 신중한 입장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금리인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금리인하와 관련, “문제는 그것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충분히 확신하느냐인데, 아직 그렇게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금리는 현재 연 5.25~5.50%로 한미 금리차는 지난해 7월 이후 2.0%포인트를 유지 중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2.5%)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IT경기 확장 속도, 소비 회복 흐름, 주요국 통화 정책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에 목표 수렴한다는 확신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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