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라는 목표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8년 발표한 'CF100 계획'을 통해 2030년 사용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2024년 환경 보고서'에서 자체 탄소 배출량이 2019년 970만톤에서 2023년 1430만톤으로 48% 상승했다며 목표 수정이 불가피함을 시인했다.
구글처럼 탄소 배출 감축을 약속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MS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구글과 MS의 탄소 저감 계획에 변수로 작용한 것은 인공지능(AI)이다. AI 사업 확대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수, 그리고 각 데이터센터별 소비전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AI와 에너지 커플링'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AI의 기반인 머신러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차지한다.
두 기업의 소식은 환경과 산업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AI 확산이 탄소 저감에 새로운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점, 반면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설비 수요에 따라 데이터센터 산업은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란 점이다.
먼저 AI 활용에 따라 데이터센터 소비전력이 증가할수록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도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태크 엠버에 따르면, 세계 전력량의 70%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비롯한 기존 발전 방식으로 생산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당분간 'AI 확산'은 '탄소 발생량 증가'와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AI 사용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화 등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해 탄소배출량 저감의 해법을 찾는 시도도 이어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을 지원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AI 확산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는 연이어 데이터센터 구축을 발표한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증가세에 따라 인력양성을 비롯해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데이터센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집약체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SW), 컴퓨팅 장비뿐만 아니라 무전정전원공급장치(UPS)와 공조시설 등 설비, 컨설팅부터 건축, 임대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자체단체는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세수 확보는 물론 융합 클러스터를 통한 산업 육성,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기대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후속 조치인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고시)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책 마련과 함께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 간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AI와 환경, 데이터센터는 삶의 질과 산업 발전 측면에서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환경과 산업 모두를 위한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