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가전 기업과 유관 기관이 추진한 '가전 접근성 인증제' 시행이 지지부진하다.
세계 가전시장 선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인증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장애인은 물론 고령자까지 아우른 접근성 인증을 추진한 사례가 전무한 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무튼 최근 관련 추진 동력이 약화된 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최신 가전의 편의 기능은 빠르게 진화한다. 가족이 모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집을 청소한다. 무더위와 습기를 견디지 못해 밤새 켜둔 에어컨은 집에 사람이 없음을 감지하면, 스스로 송풍모드로 전환해 열교환기를 바싹 말려 냄새와 곰팡이를 방지한다. 세탁기는 기본 탑재 기능 이외에 가족에게 필요한 여러 세탁모드를 앱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구형 제품도 최신 모델 못지 않게 된다.
문제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신기능을 탑재한 가전 기능 상당 수를 앱에서 설정해야 하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새로운 앱 사용에 익숙한 필자도 최근의 가전 앱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집 안 맵핑 이후 구조 변경이나 금지 구역 설정, 사용 패턴 설정 등 편의 기능을 누리려면 낯설고 복잡한 앱 기능부터 극복해야 한다.
카카오톡은 오랜 학습으로 잘 사용하게 됐지만 처음 쓰는 앱이 어렵기만 한 나이많은 세대에게 AI 가전은 접근이 쉽지 않은 애물단지일 가능성도 있다. 비싸기만 한 최신 제품이 필요할 지 의문이다.
AI 가전은 사람 개입이 없어도 스스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작 이를 위해 어렵고 난해한 앱과 각종 설정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65세 이상 인구 1000만명 시대가 현실이 됐다. 고령자를 위한 가전 접근성이 다각도로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