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22대 국회 내 '과학기술진흥특별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연구 및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해서 과학기술정책 관련 법·제도를 속도감있게 추진하자는 취지다. 또 여야 의원들간 초당적인 협력으로 과학기술 관련 입법에 힘을 모아 줄 것을 요청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 국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 미래먹거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행사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주관으로 열렸다. 국민의힘 안철수·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각각 공동이사장으로 위촉되면서 과학기술계와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송철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은 “국가간 과학기술 혁신 경쟁이 심화되는 격전장에서 우리의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는 초당적인 협력으로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과학기술진흥특별위원회(가칭)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어 그는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수렴하고 여야 소속 당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 발전을 위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일 AI 미래포럼 대표는 이날 'AI 패권 경쟁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회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AI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그리고 개도국들은 여기에 뒤지지 않기 위해, 국가별로 정부·국회·과학기술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회가 법률 제정 및 예산 심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대변화에 맞춰 AI,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산업발전의 연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과학기술엔 여야가 따로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공동이사장인 조승래 의원은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지금, 속도 경쟁은 물론 본질적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도록 국회가 잘 뒷받침하겠다”며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이슈때문에 싸움만 하면서 과학기술이슈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우려가 많은데, 특위 등 다양한 형식을 두고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연구자로서 20년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과 과학기술의 미래성장, 대한민국을 과학강국으로 만드는 데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을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라고 하는데, 22대 국회는 과학기술의 싱귤래리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과학자 출신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들어 조승래 의원님과 서로의 연구모임에 연구책임위원을 맡으면서 여야 상관없이 같이 국회에서 잘 협력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책연구회가 우리 국회의원의 참모가 되어주시면 의원들이 힘을 내서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호 법안으로 이공계지원 특벌법을 발의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가 가장 시급하고 반드시 이뤄내야할 시대적 소명이 과학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 위해선 R&D 자체가 인정받고, 연구자들이 충분히 보상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최수진 의원은 “국민들이 좀 더 편안한 삶을 살고 사회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과학기술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의료격차, 지역격차 등도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 주시면 국회에서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