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벤처투자 한파 우려가 있었지만,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투자 분위기가 호전되며 스타트업 투자유치가 잇따르고 있다. 벤처캐피털(VC)업계는 최근 한은이 직접 금리인하 검토를 시사한 만큼 하반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최적화·경량화 기술 스타트업 노타는 최근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노타는 네이버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회사로 기존 투자사뿐만 아니라 주요 AI 반도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노타가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잠재력이다. 노타는 엔비디아, ARM, 인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첨단 기술 스타트업들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첨단 이미징 레이더 솔루션 기업 비트센싱이 3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폐타이어에서 원료를 추출해 재생카본블랙을 생산하는 엘디카본은 4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에 각각 성공했다.
주춤하던 바이오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4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했으며, 이번 투자 유치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파이프라인 'OP-01'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등으로 한파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회사채 금리가 차츰 낮아지면서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3.824%이던 회사채 금리(1년물, AAA)는 올해 3월 말 3.657%에서 6월 말 3.553%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달 12일 기준 3.458%까지 낮아졌다.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면 VC 입장에서 투자가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조달비용이 낮아져 더 많은 투자 기회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 기금 결성도 상승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투자와 기금(펀드)결성은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6%, 42%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최근 5년간(2020~2024) 각각 연평균 6%, 23% 증가했다.
VC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배경이다.
한 VC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금리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인하 시그널이 나오다 보니 자금 조달 시장이 좀 좋아져 전반적으로 시장이 좀 우호적으로 변했다”면서 “산업별로는 IT, 반도체, 테크, 바이오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이며, 최근 한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