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에서 영감을 받아 소변을 식수도 빠르게 탈바꿈시키는 신형 우주복이 개발됐다. 현재는 시제품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발탁된다면 2030년 우주비행사들이 달 탐사 시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1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웨일 코넬 메디슨의 크리스토퍼 메이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SF 영화 '듄'에 나오는 우주복 '스틸수트'(Stillsuit)를 모델로 우주복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에 게재했다.
영화 '듄'에서 '스틸수트'는 물이 없는 사막행성 아카라스의 토착민 프레멘족이 입는 특수한 우주복이다. 땀과 소변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마실 수 있게 여과한 재생수를 얼굴쪽에 연결된 튜브로 올리는 형태다.
연구팀이 개발한 우주복은 이에 영감을 받아 소변을 여과할 수 있게 설계됐다. 속옷 안에 마련된 생식기 형태의 실리콘 수집 컵에 소변이 모이고, 별도의 여과 시스템으로 소변을 물로 재활용한다. 500ml 소변을 수집하고 여과하는 데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87%라는 높은 효율과 함께, 정화 과정에서 전해질이 강화돼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주인에게 자체적으로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어주는 것.
등에 메는 장치의 무게는 약 8kg으로 38cm x 23cm x 23cm 크기다. 연구팀은 우주복 뒤에 설치하기에 충분한 크기와 무게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주 유영(선외활동)에 사용하는 우주복에도 수분 공급 장치가 있다. 하지만 단 1L의 물이 별도로 저장된 형태다. 연구팀은 “최소 10시간, 비상 시에는 최대 24시간 까지도 지속될 장기적인 우주 임무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위생 면에서도 기존 우주복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선외 활동이나 우주선 이착륙 시에 우주복 안에 '최대 흡수성 의류'(MAG)라는 일종의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한다. 하지만 MAG는 소변이 새기 쉽고, 오랜 시간 뒤에는 소변과 땀이 뒤섞여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부 우주비행사들은 MAG를 믿을 수 없어 선외활동 전에 음식과 음료 섭취를 제한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스틸수트 기반의 신형 우주복이 도입된다면 별도로 MAG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동 설계자인 소피아 에틀린 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MAG가 새는 건 흔한 일이다. 우주비행사들은 '그래, 난 우주인이니까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지'라고 버틴다”면서 신형 우주복을 도입한다면 이 같은 걱정을 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이끄는 2030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신형 우주복이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올 가을 기능과 착용감 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