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만 2천개씩 팔리는 간식이 있습니다. 1971년에 첫 등장 이후 겨울이면 그 판매량이 점점 높아져 현재까지 누적 판매 수량이 65억개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국민 간식. 오늘은 SPC삼립의 대표 장수식품인 삼립호빵의 식지 않는 열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먹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 한입 맛보면 마음까지 따스해지던 삼립호빵.
그 시작은 상미당이라는 작은 제과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은 SPC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제빵 산업의 효시입니다. 한국전쟁으로 문을 닫았던 상미당은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열었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제빵업도 기업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1959년 '삼립제과공사'를 설립하고 용산 공장을 가동하면서 기업 경영 체계를 현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으로 제빵업계는 큰 활기를 띠게 되었고 작은 제과점이었던 상미당은 어느덧 '삼립제과공사'라는 이름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는데요. 바로 국내 최초의 비닐 포장 제품인 '크림빵'을 출시하며 최고의 제과 제빵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식빵도 자동화 생산이 이루어져 한국인들의 식탁 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삼립은 이를 계기로 선진 제빵기기를 도입하고 서울 대방동 공장을 확장해 생산 기반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수많은 경험과 좌절 속에서 체득한 삼립만의 품질, 생산력, 가격 경쟁력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며 현재의 '삼립식품'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1971년 10월, 드디어 또 하나의 걸작인 '호빵'이 탄생하게 됩니다.
삼립호빵은 첫 등장부터 불티나게 판매되며 전 국민의 허기를 따뜻하게 달래주었습니다. 당시 추운 겨울이면 제과 제품의 진열대의 빵들이 얼어붙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겨울이면 판매량이 저조해 이를 해결할 새로운 제품 개발이 절실했습니다.
이에 삼립식품은 겨울에도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따뜻하고 맛있는 겨울용 빵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호빵을 완성할 달콤한 단팥과 밀가루의 최상 조합을 찾고자 노력했고, 호빵 개발 당시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곳에서 보안을 유지한 채 1년여에 걸쳐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호빵은 '호호분다'라는 의미를 지닌 겨울 특화 간식으로 최초 가격 20원에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일반적인 빵 가격이 5원 정도였으니 다른 빵에 비해 4배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빵의 비수기를 성수기로 바꾼 야심작의 탄생이었습니다. 서울 가리봉동 공장의 호빵 라인은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쉬지 않고 가동되었고, 생산직원과 사무직원의 경계가 무너질 만큼 모두가 합심해서 제품을 포장해야 했습니다.
당시 가정용 전자레인지 보급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자체 개발해 점포에 비치한 호빵 전용 찜통도 판매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식욕을 자극하는 찜통 속 호빵을 지나치기란 누구나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197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하루 100만개가 팔리며 당시 식품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인데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 먹어본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큼 겨울철 3개월 동안 팔리는 호빵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육박했습니다.
이러한 인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986년에는 미국, 중동, 캐나다에 이어 유럽 수출길에도 올랐습니다. 맛있는 먹거리에 세계인이 응답했습니다. 하루 최고 판매량 1백 60만개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간식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삼립호빵은 이러한 신화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판매 수량을 기록한 단팥 호빵에 이어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야채 호빵이 등장했고 2000년 이후부터는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건강을 생각한 단호박 호빵, 매운 맛을 더한 불닭 호빵이 출시되었고, 이어 피자 호빵, 햄치즈 호빵 등이 나와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호빵이라는 먹거리가 일상 속에 정착한 이후 수많은 업체에서 유사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삼립 호빵은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지키며 호빵 카테고리의 최고봉을 지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연령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맛과 품질은 높이고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도 매년 선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 화가, 폰트 플랫폼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따듯하고 즐거운 이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겨울철 간식이 아닌 사계절 생각나는 국민 간식의 대명사가 된 삼립 호빵. 직경 10센티, 중량 90그램의 이 작고 따뜻한 호빵이 이뤄낸 기분 좋은 신화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