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를 도입한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에 관광객이 줄지 않고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치아 당국은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500원)가 너무 적어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10유로(약 1만5000원)로 2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네치아시가 올해 초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초로 시범 도입한 입장료 부과 제도가 14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이 제도는 이탈리아 해방기념일인 4월 25일부터 4∼7월 이탈리아 공휴일과 주말을 중심으로 총 29일간 시행됐다.
이 기간 약 45만명의 관광객이 도시 입장료로 5유로를 납부해 약 220만유로(약 33억원)가 걷혔다. 베네치아 당국은 이 돈을 쓰레기 수거, 도시 미관 유지 등 필수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베네치아 당국은 관광객 유입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소개했지만, 추세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AP 통신은 베네치아 시의회 측 자료를 인용해 도시 입장료 도입 첫 11일 동안 하루 평균 7만5000명이 베네치아를 찾았는데, 이는 지난해의 세 차례 공휴일보다 1만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베네치아시의 야당 시의원인 조반니 안드레아 마르티니는 “베네치아의 도시 입장료 정책은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도시 입장료는 베네치아를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만 부과된다. 베네치아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베네치아 주민들은 도시 입장료 부과가 아니라 신규 공유 숙박 시설 허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의 문제로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 이상에서 현재 5만명 미만으로 줄었다.
그러나 베네치아 당국은 시범 도입 첫해부터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내년에 입장료가 인상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모네 벤투리니 베네치아 관광 담당 시의원은 “베네치아는 여전히 너무 저렴하다”며 “과잉 관광을 막기 위해 입장료 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켈레 추인 베네치아 예산 담당 시의원은 “첫해에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범 도입이었던 만큼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입장료가 10유로로 인상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