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대해 이국종 교수는 벌집을 건드렸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의사 이기는 정부 없다'는 것이 입증되는 듯 하다. 무정부 국가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다.
우선 떼법의 승리인지 정부의 무능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여년간 숙원사업이라고 표방해 왔으나 준비상황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과는 대화 자체의 연결 고리라든지 소통, 설득 등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발표한 각종 조치는 예측 가능하지 않고 권위도 상실했다. 하루가 다르게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빅5 병원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병원은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재편하고 전공의 양성에 국가 책임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의료전달체계도 바꾸고 필수의료, 지역의료도 살려야 하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도 해야한다. 시범사업만 3년을 설정했는데, 모든 것이 논의 단계에 불과하다. 시작시점 조차 안개 속이다.
이 대목에서 의료개혁을 누가 계획하고 추진해야 적합한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동안 논의해 온 보건의료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가까이 2022년 코로나 때에는 '보건부', 2015년 메르스때에는 '보건의료부'라는 명칭만 다를 뿐 복지부와 분리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부수립 직후인 1949년에 보건부가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이후 사회복지 업무와 통합됐으나 시너지는 크게 없어 보인다. 앞으로 국민건강, 질병예방, 감염병, 정신건강 등의 중요성이 커지기에 업무의 양으로도 '부'로서 충분하고 무엇보다 신속 정확하게,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건부 독립을 막아왔던 이유들을 분석하고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선 정부의 비대이다. 이는 식약처와 질병청을 합해 보건의료부로 재편하고, 복지업무를 신설할 '인구전략기획부'와 합하면 장차관 수도 동일하다. 연금개혁 등 저출생 대책과 결을 같이 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의사에게 장차관을 맡겨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보건 의료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으로 의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나 복지 정책의 적임자가 장차관을 맡아온 것을 보완할 수 있다. 누가 수장을 맡는가는 문제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기존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반대 내지 기피 현상이다. 보건의료 전문직들이 영향을 확대하면 행정직들이 위축되지 않느냐 혹은 보건의료 쪽은 권한도 약하고 예산도 적으며 승진도 잘 안되고 메리트가 없다 라는 구전이다. 앞으로 정부가 예산을 늘린다고 하고 의료개혁 과정에서 수많은 제도 개선을 할 것이기에 이것을 주도해 나간다면 힘이 없다는 것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제나 조직이 모든 것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런 논의들을 지속 가능 하면서도 해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형태를 만들려면 조직체계부터 먼저 손을 보는 것이 타당한 일일 수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기 때문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