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 조절 요법(HMT)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ADRD)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예방 효과는 나이·인종에 따라 최대 24%까지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대 프랜시스메리 모두뇨 교수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카오 카이 교수팀은 의학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유방암 환자 1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HMT 요법과 ADRD 발병 간 관계를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유방암 환자의 약 3분의 2는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에 반응해 종양이 자라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종양을 가지고 있다. HMT는 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종양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HMT 사용은 생존율 향상과 관련이 있지만, 기억력 감퇴, 기분·행동 변화, 사고력·문제해결·추론 능력 저하 등이 수반되는 ADRD 위험의 증가 또는 감소와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엇갈린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2007~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ADRD 진단 및 HMT 사용 경험이 없는 1만8808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진단 후 HMT 사용과 ADRD 발병 여부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65.7%(1만2356명)가 유방암 진단 후 3년 이내에 HMT를 받았고, 관찰 기간 12년 동안 HMT 사용자의 23.7%(2926명)와 비사용자의 27.9%(6452명 중 1802명)에서 ADRD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과 HMT 노출 기간 관련 사망 위험을 고려해 ADRD 발병 위험을 계산한 결과 HMT 사용은 ADRD 발병 위험을 전반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 감소 효과는 65~69세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다가 80세 이상에서는 HMT 사용자에서 ADRD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 HMT 사용자는 전반적으로 비사용자보다 ADRD 발병 위험이 7% 낮았다.
하지만 65~74세 흑인 여성 중 HMT 사용자는 발병 위험이 24% 감소했고 75세 이후에는 19% 낮았다. 백인 여성은 65~74세에 ADRD 위험이 11% 감소했지만, 75세 이후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65세 이상 환자만 포함된 한계가 있다며 향후 폐경 전 젊은 여성을 포함해 HMT와 치매 위험 간 연관성을 더 깊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 교수는 “이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 면에서 젊은 여성에서 HMT의 이점이 더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HMT 시작 시기가 중요하고, 치료 계획은 나이 든 환자 개개인의 조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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