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활발한 현장 경영, 이사회 입성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며 존재감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신 전무의 커진 존재감이 주목받았다. 그는 공개된 정문 동선으로 입장하며 취재진과 대면했다. 아버지 신동빈 회장이 공개되지 않은 지하 동선을 통해 행사장으로 향한 것과 대비된다.
신 전무는 대면 회의가 재개된 지난 2023년 상반기 VCM부터 꾸준히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롯데지주 사무실이 위치한 롯데월드 타워에서 회의가 열려 취재진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룹 최대 행사 중 하나인 VCM 전면에 나서며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집중 시키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신 전무는 최근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롯데그룹 경영 기조에 맞춰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에 아버지 신 회장과 나란히 참석했다.
신 회장 없이 혼자서 현장 경영에 나서는 모습도 부쩍 늘었다. 그는 지난달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등 임원진과 함께 독일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석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이차전지 산업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6월 롯데호텔 'L7 시카고' 개관식, 지난 18일 세븐일레븐 K리그 팝업 오픈 행사 등 그룹 전반을 두루 살피며 후계자 도장을 찍는 모습이다.
대내 경영 보폭도 늘리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달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컨트롤 타워다. 이사회 일원으로서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달 한국 롯데를 아우르는 중간 지주사 롯데지주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한국 상장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말 정기 인사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커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2022년 롯데케미칼에서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롯데 계열사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 선임됐으며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면서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버지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97년 42세의 나이로 그룹 부회장에 선임된 바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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