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내 절차를 거쳐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되면,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인도)계 대통령이라는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종적으로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분류된다. 아버지는 경제학 교수, 어머니는 과학자이며 외할아버지도 인도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20년 55세의 나이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해리스 부통령은 소수인종이자 여성으로서 비주류 사회에 대변한다. 다만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대중적 인기가 없다.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도 많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책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공급망 분업과 동맹간의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바이드노믹스'라는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내세우며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해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월가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정책이 복지, 인권, 금융 또는 유통 관련 규제 등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반도체지원법과 IRA 등은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공약에서도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 기간 내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2022년 9월 방한해 판문점 등을 방문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선 “북한엔 악랄한 독재정권이 있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선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에 동행해 한미 양국간 우주에서의 동맹협력을,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주재한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양국 간의 디지털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21년 미국 방문 당시에는 악수를 한 직후 손을 옷에 닦는 행동을 하면서 외교 결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