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⑦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으로 우뚝 설 것…경남 고등교육 이끌겠다”

지역 전략산업인 우주항공·방산 분야 연계
올해 우주항공대학 신설·2025년까지 GADIST 설립 목표
특정 분야에서 서울대 이상의 역량 갖출 것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사진=경상국립대 제공)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사진=경상국립대 제공)

지난해 글로컬대학30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학 10곳 중 4곳이 통합을 전제로 사업에 선정됐다. 경상국립대는 2021년 3월 통합대학으로 출범하면서 한층 부담을 덜어내고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경상국립대는 글로컬대학의 키워드로 '우주항공·방산'을 앞세운다. 올해 경상국립대는 국내 최초 우주항공대학 단과대를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2025년까지 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 설립을 목표로 한다.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관련 인접한 관련 분야 기업·기관과 협업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은 “경상국립대의 글로컬대학 사업이 지역의 여러 대학, 기업과 함께 동반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증명하겠다”며 “경남지역 고등교육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다해 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취임 후 한 달이 지났는데 소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거점국립대 총장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무거운 역사적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 통합 이후 치러진 최초의 선거에서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총장이 됐다. 경상국립대에 따듯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개인적인 소신과 혁신·성장·행복이라는 경영철학을 지지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구성원의 지지와 기대에 부응해 경상국립대에 '따듯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계획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려 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사회 기관 및 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협력을 기대한다.

-글로컬대학 선정 요인은.

▲글로컬대학 선정은 대학뿐만 아니라 경남지역 전체가 함께 달성한 성과다. 경상국립대는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을 발표한 이후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여러 번 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이라는 혁신모델을 제안해 지자체, 산업체 등 주요기관과의 협력을 공동 실행계획으로 수립했다. 글로컬대학 비전은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글로컬 선도대학 GNU, Glocal No 1. University'이다.

경남지역 전략산업인 우주항공·방산 분야와 연계, 실질적인 지역산업 발전과 우수인재 양성 등을 위한 계획도 구체화 했다. 학내 구성원과 다양한 지·산·학·연·관·군의 협력기관 간 적극적인 소통과 합의를 통해 글로컬대학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국립대로서 지역과 상생·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실행방안을 제안한 것이 최종 선정으로 연결됐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경남지역 산업 발전과 산학협력, 인재 육성 등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타 글로컬대학과 경상국립대 간 차별점은.

▲경상국립대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우주항공·방산 분야 글로벌 TOP 10 대학, 아시아 TOP 3 대학으로 도약해 나갈 계획이다. 2027년까지 △우주항공대학 졸업생 취업률 75% △경남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 졸업생 취업률 95% △글로컬대학 관련 졸업생 지역 내 취업 유지율 60% △THE 세계대학 순위 100위권 내 진입 등을 세부 추진 목표로 설정했다.

'항공·미래모빌리티' 분야는 국가 5대 핵심 분야(바이오헬스, 첨단부품·소재, 디지털, 환경·에너지) 가운데 하나다. '첨단항공부품'은 경상남도 3대 핵심 분야(첨단정밀기계, 항노화메디컬) 중 하나다.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방산 분야를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분야를 중점 추진 방향으로 정한 만큼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상국립대는 경남지역 전문대와 협력해 지역 사업에 꼭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려 한다. 글로컬대학 사업 일환으로 6월 말 '경상국립대-전문대학 연계교육 실무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우주항공·방산 등 경남의 전략산업 우수인력 공급을 위한 경남지역 전문대와의 연계체계 구축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대학의 역할,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중소기업 취업 지원, 외국인 유학생 취업박람회 정기 개최 등에 대해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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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벽 허물기'다. 경상국립대의 진행 상황은.

▲우주항공대학(CSA)을 벽 허물기의 시범대학으로 보고 있다.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우주항공대학은 학과·전공의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한다. 모든 학생이 2학년까지는 자유롭게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공부한다.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인원 제한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 소속 교수는 모두 단과대학 소속이고 학과나 전공으로 나누지 않는다. 학장도 기존의 교수가 아닌 외부 저명한 학자를 교수로 초빙해 임명할 계획이다. 단과대 내부 벽을 허무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형태의 시스템을 갖는 특성화 단과대를 늘려나가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서울대 등과의 교육협력, KAI나 한화시스템과 교육, 연구협력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인사툴루즈대학, 영국 크랜필드대학, 벨기에 몽스대학 등과 글로벌 교육과정 및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모두 대학의 외부 장벽을 허물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다. 2학기 시작과 함께 경남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을 설립할 예정이다. 기술원에는 대학 내 최고의 젊은 연구자 100명을 선발하고, 공동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외부 기업과 연구소를 연결한다. 대학 내 학과를 초월한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나아가 대학 중심 우주항공·방산 연구 네크워크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경상국립대의 혁신기획안에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포함됐다. 준비 과정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국가거점국립대를 육성해 지역 소멸과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경상국립대 우주항공 분야를 서울대 수준으로 발전시켜 지방대학 특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 간 학문의 장벽을 허물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첨단혁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공동의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미 경상국립대가 주관하는 드론 항공 혁신융합대학 사업에 서울대가 참여하고 있고, 서울대가 주관하는 육해공 무인이동체 혁신인재양성 사업에 경상국립대가 참여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서울대와 공동학위 이수 기준을 별도로 만드는 '공동학위제', 학·석사 연계과정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협력방안들을 긴밀히 논의 중이다. 서울대와의 공동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 특정 분야만이라도 서울대 이상의 역량을 갖춘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⑦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으로 우뚝 설 것…경남 고등교육 이끌겠다”

-경상국립대는 이미 통합을 거쳤는데 대학 통합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양 국립대학이 진주 시내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캠퍼스 간 거리는 차로 10분 정도다. 지역민과 동문은 양 대학이 통합되더라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대학 주변 상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양 국립대의 뿌리가 같다는 점이다. 경남과학기술대의 전신인 공립진주실업학교는 1910년 개교했다. 1946년 진주농림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48년 10월 초급 진주농과대학을 분리 개교했는데, 바로 경상대 전신이다. 두 대학이 뿌리가 같다는 점을 부각해 대학 내 여론을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당시 경상대 총학생회, 경남과학기술대 교수회, 동문회 등은 반대 의견이 많았다. 양 대학 집행부는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수 차례 설명회, 간담회를 열고 설득 작업을 했다. 당시 양 대학에는 위험 요소가 많았다. 인구감소, 대학평가 지표에서 위험이 감지됐다. 이러한 부분도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데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위기인데 경상국립대의 방안은.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격변의 시기에 놓여 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와 대학 학령인구 부족, 코로나19 등 전 세계적 팬데믹, 디지털전환(DX)과 녹색전환(GX)의 트윈전환(Twin Transformation)의 시대는 분명 우리 사회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요구한다. 그 가운데 대학은 학생 등록금을 15년째 동결 또는 인하해 왔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상국립대는 기본적으로 재정 지출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정부의 R&D사업을 수주해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했다. 5년 동안 1000억 원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도 경상국립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비롯해 우주항공·반도체·나노신소재· 화학·의료·농업·지역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지원을 받는다. 교육과 연구개발, 산학협력과 학문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포부와 향후 글로컬대학 추진 계획은.

▲임기 동안 교수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 웃으며 일하는 따듯한 조직문화도 만들 것이다. 올해 안에 대학통합에 따른 캠퍼스 재배치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대학 특성화와 국립대 책무를 모두 성실하게 수행해 나간다.

2027년까지 우주항공대학의 입학정원을 2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남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은 올 2학기 안으로 설립을 준비한다. 전문대 연계 체계를 구축해 우주항공·방산 실무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준비를 마쳤다. 창업생태계 조성사업은 앞으로 칠암캠퍼스를 창업기업(스타트업)의 성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 강화는 기초학문 분야 교육을 위한 공유대학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이뤄나가겠다.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 이후 대학에 활력이 생겼다. 대학 인지도가 상승한 덕분에 학생 충원율도 올랐다.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면서 대학의 혁신과 변화가 가능해졌다. 경남을 대표하는 국가거점국립대 총장으로서 경남도 내 다른 대학과 연대하고 협력해 경남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겠다.

특히 기초학문교육 공유시스템을 개발해 도내 모든 대학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려 한다. 대학 간 무한경쟁은 지양하겠다. 대학별로 차별화된 특성화 프로그램을 발굴하도록 도울 것이다. 경남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최고의 광역지자체로 발전하는 데 고등교육 맏형의 역할을 다하겠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항공공학과 석사, 항공우주공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1997년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복합재료학과 회장,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을 거쳤다. 현재 우주항공정책포럼 공동 회장, 한국항공우주학회 석학회원으로 있다. 6월 24일 경상국립대 제12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