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반도체 유리기판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와 협업을 타진하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돌입했다. 유리 가공 등 초기 기술 확보를 위해 LG디스플레이와도 협력을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글래스관통전극(TGV)·유리 절단 가공 등 반도체 유리기판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과의 협력을 물색하고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을 제조하기 위한 기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상당 부분 기술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측면 지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초기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 확보를 위해 비공식 회의체를 운영하며 공동 대응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에서 팀이 조직돼 공급망에 들어올 수 있는 장비 등 협력사 검토와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며 “두 회사가 각자의 기존 공급망을 토대로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려 했다”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지난 3월 문혁수 대표가 반도체 유리기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 착수를 공식화한 바 있다.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얇게 만들수 있는 특성 덕분에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급부상 중인 제품이다. 반도체 칩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시장을 노리고 SK와 삼성이 사업에 뛰었다. 여기에 LG도 참전하기로 한 것이다.
SK는 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삼성은 삼성전기가 사업을 주도하며 자체 공급망을 조성하고 있지만, LG는 LG이노텍 뿐 아니라 그룹내 대표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기술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유리 가공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 경험이 부족한 LG이노텍을 LG디스플레이가 지원하며 성과를 극대화하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대비 시장 진입 시기가 늦은 만큼 빠른 기술 확보로 상용화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단 LG디스플레이는 초기 기술 지원에만 관여하고, 유리기판 사업은 LG이노텍이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이노텍가 가세하면서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사업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앱솔릭스로 손꼽힌다. 미국 조지아에 소규모 양산 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기도 세종에 거점을 두고 시생산(파일럿) 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빠른 시제품 생산으로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어, LG가 맹추격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기술 확보와 공급망 점검이 끝나면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연말께 투자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