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OSAT)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후공정이 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 기술로 떠올라 이를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TSMC는 '파운드리 2.0' 시대 선도를 선언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있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후공정 투자 강화를 골자로 한 사업 전략을 밝혔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기준 세계 파운드리 산업 규모는 1150억 달러(약 160조원)지만, 여기에 패키지·테스트를 더 할 때 2500억 달러(약 347조원)에 이른다”면서 “OSAT를 포함한 새로운 파운드리 정의에 따르면 TSMC 시장 점유율은 28%이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올해 후공정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배 확대하고, 2026년에는 2023년 대비 4배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2.5차원(D) 첨단 패키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CoWoS는 단일 패키지에 서로 성격이 다른 이종 반도체를 집적하는 TSMC의 패키징 기술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SK하이닉스가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TSMC는 이 기술로 전 세계 AI 반도체 수요를 독식하고 있다.
TSMC의 파운드리 2.0은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전공정 뿐만 아니라 패키징으로 대표되는 후공정 기술을 강화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기존 전문 영역으로 구분됐던 패키징과 테스트 시장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후공정 시장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개별 반도체의 미세회로 선폭을 줄여 전력·성능·면적(PPA)을 개선하는 게 전공정이라면, 후공정은 여러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기술 난도 증가로 전공정에서의 반도체 성능 개선 속도가 늦어지면서 후공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웨이 CEO는 “'파운드리 2.0'은 향후 확대되는 TSMC의 기회를 잘 반영한다”며 “고객의 최첨단 제품에 도움이 되는 가장 진보된 후공정 기술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고객사 수요가 강한 만큼 자체 투자뿐만 아니라 ASE, 앰코테크놀로지 등 후공정(OSAT)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웨이 CEO는 “2025~2026년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TSMC는 과거 CoWoS 공정 이익률이 낮았으나,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기업 평균 이익률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수요 증가로 인해 내년 가격을 10~20% 가량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