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심은 보수 재건의 적임자로 한동훈 후보를 택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도 다시금 기회를 줬다. 일찌감치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 속에서 당권레이스에 뛰어들었던 한 신임 대표는 각종 논란 속에서도 지지세를 키워 한판승으로 당선됐다. 다만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로 인한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고 위기의 집권 여당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막중한 중책도 짊어졌다. 이와 함께 전당대회 국면에서 불거진 후보 간 갈등과 당내 분열을 수습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간 껄끄러웠던 윤석열 정부와는 관계 설정에도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당 갈등 봉합·거야 대응이 우선 과제
한 신임 대표는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투표 총합은 62.84%로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5월 13일에 황우여 비상대위가 구성된 이후 약 2달여 만에 정상 지도체제를 회복했다.
한동훈 지도부의 임기는 2년이다. 총선 참패 후 당 쇄신과 당 내부 갈등 수습, 당정관계 재정립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당대회 기간 후보 간 내부 갈등이 과열됐던 만큼,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총선백서'에서의 참패 책임론에서 부터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읽씹 파동, 공천 사천 논란, 그리고 패스트트랙 공천 취소 청탁까지 각종 폭로와 의혹 제기의 연속이었다. 후보들간 감정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지지자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자폭 전대' '분당 전대'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 신임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번 전대에서 우리 모두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했다”며 “때로는 과열되기도 했고 갈등도 있었으나 국민의힘은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성숙한 지유민주주의 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의 흐름에만 맡기지 않겠다”며 “함께 경쟁한 모두와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한 신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과의 협치도 하겠다”며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나가겠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당정관계 재정립 주목…尹도 정치적 분수령
한동훈 신임 당 대표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도 최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두 사람간 갈등은 올해 초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관한 대응 방향과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 사천 논란, 그리고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 문제 등으로 연이어 충돌을 빚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는 한 후보가 윤 대통령 주재 비상대책위원회 오찬에 불참하면서 갈등설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어진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무시 논란, 해병대원 특검법 수정안 제안 등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큰 과제다.
그간 한 신임 대표는 일방적·수직적 당정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신임대표는 “아직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진 못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뵙고 자주 소통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관계 설정을 예고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병대원 특검, 김건희 특검 등을 추진하는 거대 야권 공세 방어에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동시에 겨냥한 '쌍특검' 법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특검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은 '한동훈 특검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신임 대표는 “특검은 국민적 외혹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오로지 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런 억지와 협박으로 저와 우리당이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가는 걸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지난 정부 고위공직자수사처에서도 무혐의 냈던 사안인데, 특검을 할 만한 특검 대상자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 등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당직 인선'에서 친윤계를 기용할 계획에 대해서는는 “앞으로 우리당에 정치 계파는 없을 거란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유능한 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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