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에서 정산금 지연 등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수백억원 규모 정산금이 묶인 간편결제사에 도미노 폭탄이 돌아오고 있다. 티몬발 수천억원대 리스크가 협력사에게 전방위로 전이될 우려가 커졌다.
수많은 협력사들이 티몬캐시, 문화상품권 등 추후 대금 문제 여지가 있는 포인트에 대해 매입을 중단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줄지어 쏟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NHN페이코는 이달 티몬 사태가 확산하자 지난 23일 정오부터 티몬캐시-페이코포인트 간 전환을 중단했다. 이어 같은 날 '상품권 충전 시스템'도 무기한 중단했다. 공식적인 사유는 '시스템 점검' 이지만, 티몬 사태가 원인일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
티몬캐시는 티몬이 할인발행하는 일종의 포인트 시스템이다. 티몬은 이달 티몬캐시를 10%대 높은 할인율로 발행하며 상당 규모를 유동화했다. NHN페이코는 티몬캐시-페이코포인트 전환 한도를 200만원으로 상향하며 포인트 유통을 지원했다. 하지만 정산금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서비스는 종료됐다.
또 하나의 뇌관도 등장했다. 문화상품권이다. 티몬이 연간 수천억원 단위로 판 상품권은 해피머니·컬쳐랜드 등 발행사 플랫폼을 통해 페이코로 이동한다. 고객들은 상품권을 현금화(Cash out)하는 루트로 페이코를 애용해왔고, 페이코는 포인트-현금 환전 수수료로 4%씩 이익을 봤다. 이 때문에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업체 대비 정산금 규모가 크게불어났고, 정산 지연에 대한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지급결제업계가 추정하는 티몬의 상품권 취급액은 연간 2조원 이상이다. 티몬 측은 상품권 거래규모에 대해 외부 공개하지 않지만, 상품권 공급업체와 인지세 등을 통해 역추산할 경우 티몬의 2022년 상품권 취급액은 8000억원, 2023년 상반기 취급액만 1조30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만약 재무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품권 할인발행으로 누적된 적자만 100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티몬에서 이탈하는 셀러, 결제업자, 고객들도 확산하는 추세다. 티몬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셀러는 고객에게 별도로 문자를 보내 결제를 취소할 것을 요청하거나, 결제대행업체(PG)의 경우 티몬에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자체를 막아놓기도 했다.
결제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더욱 자금 경색이 심화, 자칫 충격파가 핀테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가 서둘러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