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부결…'방통위법' 개정안에 與 필리버스터 돌입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채상병특검법)이 25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21대 국회에 이어 또 다시 폐기됐다. 대통령 임기 중 두 차례나 재의결까지 가서 폐기되는 최초 법안이 됐다. 또 방송4법 중 하나인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된 것에 대항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있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특검법을 무기명 투표한 결과,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 발언자로 나서 특검임명 간주규정, 기존 기소된 사건의 공소취소 규정 등 위헌성이 가중된 특검법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순직해병 특검법은 결코 위헌이 아니다”며 “공수처는 국방부, 경찰에 대통령의 수사 외압을 전달한 국방비서관, 공직비서관에 대해서 압수수색조차 못하고 있다. 특검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에서는 방송4법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회의 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아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는 방송통신위원회 폐단을 막기 위해 '의결 정족수를 위원 5명 가운데 4인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1번 주자로 나와 오후 5시29분부터 발언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최형두 의원은 “그렇게 좋은 법안이었으면 민주당이 집권당이고 압도적 다수당일 때 왜 추진하지 않았냐”며 “형평성 등에서 위헌적인 소지도 있어서 나중에 국민들에게 큰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방송을 더 망가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방송4법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온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중 가장 먼저 상정됐다. 개별 법안이 한건씩 상정될 때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법 하나당 24시간씩 필리버스터가 열릴 예정이다. 24시간이 지나면 민주당이 5분의 3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것으로 보인다. 총 4박5일간 대장정이 끝나면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후 민주당은 재의결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방송 4법' 밀어붙이기에 반발하며 본회의 사회를 보지 않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4법'이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본회의 운영 역시 우원식 의장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 여당에 통보했을 뿐 논의한 적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