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자립에 나섰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HBM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이미 일부 장비를 반입한 데 이어 하반기 추가 발주를 추진 중이다. CXMT 반도체 공장(팹)이 있는 베이징과 허페이에 HBM 라인이 구축되고 있다.
CXMT가 양산하려는 제품은 'HBM2 8단'으로 알려졌다. 2016년 반도체 업계 표준화(JEDEC)가 된 것으로, HBM 중에서는 2세대로 분류된다. HBM은 2015년 첫 상용화돼 현재 HBM3와 HBM3E까지 출시됐다.
CXMT는 2016년 설립됐다. 비교적 반도체 업력이 짧은 기업이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최대 D램 업체로 성장한 곳이다. 중국의 AI 자립과 반도체 굴기를 위해 본격적인 HBM 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돼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AI 구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한 데 묶은(패키징) 것을 통상 AI 반도체나 AI 가속기라고 한다.
중국은 AI 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그 기반이 되는 AI 반도체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엔비디아 GPU 등 외산 반도체를 활용했는데 미국의 제재를 가하면서 자립에 나섰다는 평가다.
현지 상황에 밝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재에도 중국에서는 HBM 생산 능력을 확보할 자신감이 있다”며 “자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HBM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갖추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화웨이가 HBM 제조를 위해 우한신신과 손을 맞잡았다고 보도해 CXMT 외에도 중국이 AI 반도체 확보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의 HBM 제조에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3440억위안(약 64조원) 기금을 마련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HBM 기술과 생산 능력 확보에 투자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AI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HBM을 확보하지 못하면 AI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HBM 제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