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록스타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Live forever’는 어떤 곡인가요?”
“아마도 영원히 살잔 (Live forever) 곡이겠지?”
그때는 그저 노엘 갤러거 특유의 거침없고 시니컬한 화법의 하나로 여기고 웃고 넘어갔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와 오아시스(Oasis)의 음악의 특징을 설명하는 내용 같기도 하다.
노엘 갤러거와 오아시스의 음악은 별다른 부연 없이 ‘그냥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노엘 갤러거의 내한공연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LIVE IN KOREA(노엘 갤러거스 하이플라잉 버즈 라이브 인 코리아)’가 열렸다.
장맛비와 무더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이날 공연장에는 무려 1만 8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이들은 노엘 갤러거의 목소리는 물론 손동작 하나에도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라이브를 보며 새삼 느낀 점은 노엘 갤러거와 그가 오아시스 시절 만든 음악들은 ‘그냥 들으면 된다’는 것이다.
감히 단언컨대, 그의 음악은 불호가 없다. 노엘 갤러거나 오아시스라는 그룹에 반감이 있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그의 음악만큼은 틀어놓으면 아마도 특별한 불만 없이 다들 그냥 들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야말로 음악이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더불어 스스로도 그렇다는 것을 아는 듯한 노엘 갤러거의 캐릭터성도 참 재미있다.
여느 록밴드처럼 열정적인 퍼포먼스도 없고, 기타도 그저 대충대충 치는 것 같고, 공연장은 경기도 고양시지만 대충 ‘서울’이라고 하는 것이나, ‘Thank You Very Much’외에 특별한 멘트도 많지 않았고, 앙코르라고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곧바로 이어진 앙코르 무대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대충 적당히 하는 것 같은데도 그게 또 잘 어울리고 멋있다.
하다못해 프리미어리그 구단 맨체스터 시티 엠블럼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넬을 무대 위에 설치해 둔 것이나, 공항에 마중 나온 팬들에게 지나가면 죽 선하나를 긋는 듯한 사인을 남기고 떠난 것까지도 딱 노엘 갤러거스러워서 멋있게 보일 지경이다.
게다가 그렇게 그냥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데도, 라이브는 또 흠잡을 데가 없다. 아마도 노엘 갤러거 같은 뮤지션은 앞으로도 두 번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 무대는 현재 국내 밴드 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로 꼽히는 실리카겔이 맡았다. 그리고 실리카겔의 김춘추는 “우리도 그렇고 오늘 여기 있는 분들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고 이라며 노엘 갤러거의 공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이날 공연장은 노엘 갤러거의 라이브를 그냥 듣고, 그냥 즐기고, 그냥 행복해지는 자리였다.
아. 한가지는 정정한다. ‘그냥 행복’은 아니다. 명색이 기사다 보니 직접적으로 비속어를 쓸 수는 없지만, ‘XX 행복한’ 자리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듯하다.
◇이하 공연 세트리스트
‘Pretty Boy’
‘Council Skies’
‘We're Gonna Get There In The End’
‘Open The Door, See What You Find’
‘You Know We Can't Go Back’
‘We're On Our Way Now’
‘In The Heat Of The Moment’
‘If I Had A Gun…’
‘AKA… What A Life!’
‘Dead In The Water’
‘Going Nowhere’ (원곡 Oasis)
‘Talk Tonight’ (원곡 Oasis)
‘Whatever’ (원곡 Oasis)
‘Half The World Away’ (원곡 Oasis)
‘The Masterplan’ (원곡 Oasis)
‘Little By Little’ (원곡 Oasis)
- 앙코르
‘Love Will Tear Us Apart’ (원곡 Joy Division)
‘Stand By Me’ (원곡 Oasis)
‘Live Forever’ (원곡 Oasis)
‘Don't Look Back In Anger’ (원곡 Oasis)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