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6일간의 방송4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오는 30일경 종료되더라도 당분간 여야 충돌이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7월 임시 국회 내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예고한 상황이라, 또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이 반복될 예정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양곡관리법'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입법 강행--필리버스터 대응-야당 당독 법안 처리'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9일 오전 여야는 '방송 4법' 가운데 세 번째로 본회의에 상정된 방문진법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닷새째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방송4법 중 방통위법·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와 본회의 통과가 차례로 완료됐고,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같은 절차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방송 4법이 모두 통과되는 데 총 5박 6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날 오전 1시8분쯤 시작된 방문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전 8시 이후 강제 종료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지방일정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8시 본회의장 집결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 안건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방송 4법' 대치 정국이 마무리되더라도 더 많은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 법안인 노란봉투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처리를 추진한다. 여당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필리버스터가 불가피하다.
이들 법안 외에도 쟁점 법안은 수두룩하다.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이 준비 중인 상황이라 극한 대치 정국이 예상된다. 야당의 입법 강행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여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만이라도 해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수월하게 법안 통과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법안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본회의 사회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이 번갈아 보고 있다. 우 국회의장은 28일 새벽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던 도중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는,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국회부의장의 직무와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부의장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방구석 1열이 아닌 본회의장 의장석”이라며 “6선의 정치 원로로서 자격과 품위를 스스로 증명하라”고 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로지 국회의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8월 1일에도 현금살포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은 상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