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템스강 어귀에 가라앉은 난파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침식되면서, 1400여 톤(t)의 폭발물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영국 교통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켄트주 시어네스에서 약 2.4km 떨어진 템스강 어귀에 수심 15m 아래에 가라앉은 'SS 리처드 몽고메리' 호에서 우려되는 부식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S 리처드 몽고메리호는 지난 1944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7146톤 규모의 미국 리버티선이다. 탄약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된 이 선박은 영국 호송대 HX-301에 합류한 뒤 시어네스 인근 정박지에 정박하던 중 닻이 모래톱에 끌리면서 선체 중앙이 좌초됐다.
당시 선박 안에는 7000톤 정도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폭발 우려로 인해 선박을 물 밖으로 끌어올리려는 인양 작업이 이어졌지만 이튿날 선체에 균열이 생기고 선미까지 침수돼 작업이 길어졌다.
당국은 좌초 한달 뒤, 화물의 절반을 제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선박의 허리가 끊어져 결국 모두 가라앉게 되면서 인양 작업이 중단됐다.
이 난파선은 80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모래톱 사이에 박혀 있다. 또한 전방 화물칸에 담긴 1400톤의 폭발물도 터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선체가 완전히 부식돼 폭발물이 터지게 된다면 영국 템스강에 해일을 일으켜 여러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SS 리처드 몽고메리호는 '최후의 심판 난파선'(The Doomsday wreck)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최근 조사 결과 난파선 3번 홀드 근처의 갑판 공간에서 좌현이 붕괴되는 조짐이 발견됐다. 조사 당국은 이 균열이 최근들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두개로 갈라진 선체 중 앞쪽의 기울기도 증가했다. 더 많이 기울게 되면서 지지하던 퇴적물이 침식돼 잔해가 더욱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아래쪽이 상당 수준 휘어지면서 난파선 앞쪽이 두개로 갈라질 조짐을 보였다.
이에 당국은 우선적으로 수면 위에 솟아 있는 돛대를 제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좀 더 안전한 방식으로 폭발물 제거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어네스를 관할하는 스웰스 자치구 의회의 리치 레만 환경 위원장은 “난파선의 손상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위원회는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경찰은 사고를 관리하는 교통부 및 관련 기관과 협의해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예방 조치가 제대로 취해졌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난파선은 역사적 랜드마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의 회복력과 유산을 상징하는 사랑받는 유물”이라고 소개하면서 “하지만 지역사회의 안전과 해양 환경의 보호가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