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이노베이션(Cost Innovation)'.
최근 배터리 제조사들이 내건 화두는 원가 절감이다. 내부적으로 수익성 확보 방안을 고심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에게도 20% 수준의 원가 절감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장비사 대표는 “5% 수준의 원가 절감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20~30% 수준의 원가 절감을 이루려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면서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기술 개발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가 원가 절감에 몰두하는 것은 가장 큰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변수가 더해지면서 내년 하반기까지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른 배경에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 국면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맞물려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1.5배 이상 비싼 가격이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인하가 요원하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중고 전기차 거래는 1만5301대로 전년동기 대비 42.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고 내연기관차 거래가 2%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친환경차 구매를 고려했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 전기차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세금 감면과 구매보조금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조금 없이도 확실한 가격 우위를 확보해야 수요 반등을 이끌 수 있다. 전동화 전환 동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답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비용 절감이 아닌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에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