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번째 추진한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최종 무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패를 반복한 제4이통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규사업자 진입을 통해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통신 정책 전반에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 핵심 목표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알뜰폰 육성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에 경쟁 정책 초점을 맞추고, 산업 진흥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짜야할 시점이다.
31일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사전 통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에 대해 청문 절차를 완료하고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1월 제4이통 사업을 위한 28㎓ 주파수를 4301억원에 낙찰받았지만, 자본금 납입 미이행과 주주구성 동일성 문제 등 법에서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못해 발목이 잡혔다. 이후 진행된 청문에서도 변수는 없었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취소 처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주주들과 논의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통신 시장에 미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2010년 이후 8번째 실패로 귀결된 제4이통 정책에 대한 정부 책임론뿐 아니라 향후 제4이통 출범도 요원해졌다. 재정능력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등록제 허점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신규 사업자 진입 제도·절차 전반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로 연구반을 구성·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을 통해 추진 과정에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을 살피고, 주파수 할당 제도 개선 방안과 향후 통신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4이통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스테이지엑스 좌초로 제4이통 출현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만큼, 지금의 통신 생태계 안에서 경쟁을 활성화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1000만 가입자를 형성하며 이통3사 대항마로 자리잡은 알뜰폰의 질적 성장을 유도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이통사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도 가계통신비 완화를 위해서는 제4이통 출범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 후보자는 “우리나라에 제4이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성은 인정되는데 상황이 긴박한지 등 고려 요소가 꽤 있다”면서 “제4이통도 한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쪽만 보는 것 같은 우려가 있다. 다른 형태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