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열쇠를 쥔 인물은 이시준 큐텐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와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구영배 큐텐 대표 최측근이며 그룹 전반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인물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은 자금 흐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는 미정산금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전무와 김 대표는 아직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재 이 CFO는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감사, 김 대표는 티몬 감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티몬·위메프 인수 당시 각각 큐텐에서 재무본부장·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구 대표를 보좌했다.
이 전무의 경우 미정산 문제를 직접 관리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큐텐 글로벌 셀러 사이에서 미정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셀러들과 소통하며 사태를 무마해왔다. 당시에도 이 전무는 셀러들에게 외화 환전 기일 소요, 전산 시스템 미비 등으로 인해 정산이 지연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는 큐텐의 기형적인 판매자 정산 정책 'CC시큐리티' 설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러 별로 정산을 위한 최소 매출 요건을 설정해 정산 지연을 합리화하는 정책이다.
김 대표 또한 자금 흐름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큐텐테크놀로지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의 통폐합된 재무 조직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재무 업무는 큐텐테크놀로지에 위탁했다”는 공통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김 대표는 과거 큐텐이 일본 시장을 개척할 때 큐텐 일본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구영배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지난 2021년부터 큐텐테크놀로지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류화현 대표와 위메프 공동 대표를 맡아 사업부 이전·통폐합 등의 작업을 주도하고 물러났다.
e커머스 업계와 피해 셀러들은 이번 사태 원인이 기형적인 재무 조직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각 플랫폼 재무 업무가 큐텐테크놀로지로 일원화되다 보니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나로 통합한 자금 흐름에 균열이 가면서 큐텐 계열 플랫폼의 연쇄적인 붕괴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약 1700억원 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상당 부분이 미국 e커머스 계열사 '위시' 인수 자금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구영배 대표 또한 국회 현안질의에서 “위시 인수에 투입된 현금은 400억원 정도로 일부 판매 대금이 포함됐다”며 “한 달 동안 유용한 뒤 티몬·위메프에 상환했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1일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받고 구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4명을 피의자 입건했다. 정부가 추산한 티몬·위메프 미정산금은 약 2200억원 규모다. 정산 기일이 다가오는 6~7월 판매분까지 더해질 경우 피해 규모는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