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디지털가전 판매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부터 큐텐과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 선정산대출을 유도한 것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일 조국혁신당 신장식·서왕진 의원이 개최한 큐텐(티몬·티몬월드·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20여개 디지털가전 판매업체들은 1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정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수와 총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5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은 피해 규모와 과정 등을 설명했다. 특히 티메프 미정산으로 회사가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는 피해사례가 줄을 이었다. 티몬·위메프가 총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건당 금액이 비싼 전자제품 판매 프로모션을 늘린 것이 디지털가전 셀러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판매업자는 “지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직원들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며 “80~90% 업체가 다음 달부터 부도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러들은 현재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과 이자 납부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다른 셀러는 “정산금은 못받았는데 선정산대출에 대한 이자는 물론 부가세와 의료보험료 등 세금은 계속해서 내면서 회사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티몬월드가 피해를 확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티몬월드는 티몬이 큐텐과 직구 상품 시너지를 더하기 위해 개설한 서비스다. 지난 3월부터 SC제일은행은 티몬월드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선정산대출 최대한도를 늘렸다.
한 셀러는 “SC제일은행은 대출 한도를 20억원에서 3배 이상 많은 금액인 약 60억원까지 늘려 티몬월드로 입점하도록 유도했다”며 “평상시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유도한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실제 SC제일은행의 티몬월드·티몬·위메프 선정산대출 규모 중 티몬월드가 447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른 e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던 판매자들은 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최근 디지털·가전 업체들은 현장판매보다 온라인 판매를 주력으로 삼아 왔다. 다른 e커머스 이용 셀러는 “타 플랫폼을 이용해서 지금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e커머스를 활용한 판매가 늘던 상황에서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구영배 대표 자택을 비롯해 티몬·위메프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티몬·위메프가 계열사 인수를 위해 판매 대금을 유용했다는 횡령 의혹과 판매 대금 미정산 가능성을 알고도 입점 업체 계약을 유지하고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판매업체 20여곳 경영위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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