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e커머스 정산기한 단축보다 재무건전성 강화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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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e커머스의 재무건전성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갚아야 할 채무와 같은 판매대금을 지급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않으면 자칫 '제2의 티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e커머스 업체들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정산 주기 단축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e커머스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 규모가 부채보다 적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한 채, 정산 주기만 일률적으로 단축할 경우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의 감사보고서(2023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업체들은 유동부채(만기 1년 이내) 대비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보유 비율은 무신사페이먼츠(86%), 쿠팡페이(81%)가 가장 높았다. 또 지마켓(56%), 우아한 형제들(56%), 위대한 상상(요기요·51%), 네이버파이낸셜(42%) 등은 양호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1번가(16%)와 SSG닷컴(18%)은 현금성 자산 비율이 부채 대비 적은 편이었다. 티메프 현금 보유량은 1~2%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주요 e커머스 유동부채 대비 현금 보유 비율
주요 e커머스 유동부채 대비 현금 보유 비율

e커머스 업계에서는 적정 현금성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재무건전성부터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 티메프 사태 해결책으로 재무건전성 강화와 함께 판매자 정산주기 단축 의무화를 거론하지만, 두 기준을 함께 높일 경우 현금이 부족한 업체 부담을 가중시켜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티메프는 정산주기가 최장 70일 소요됐다. 하지만 현재 대규모 유통업법을 따르는 업체들은 대부분 40~60일 이내 지급하고, 오픈마켓은 각기 다르다. 네이버나 11번가도 구매확정일부터 1~2일 안에 정산한다. 무신사는 익월 10일 월정산한다. 쿠팡 오픈마켓은 주·월단위와 익일 빠른정산을 운영한다. 티메프와는 관리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곳간에 현금은 없는 e커머스 업체들이 있는 만큼, 판매자 정산 주기를 1~2일로 일률 단축하면 유동성 위기를 좌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e커머스가 충분히 판매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당장 가용 가능한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금융감독원의 경영지도 기준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감원 지도 기준엔 유동부채 대비 현금 보유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티메프 사태는 기본적으로 한 회사의 형사적 잘못이기 때문에 정산 주기 개선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