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놓고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책임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였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과 중국, 러시아, 레바논 등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이란대사는 “안보리는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를 책임지게 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며 하니야 암살과 헤즈볼라 공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너선 밀러 이스라엘 차석대사는 하니예 피살 전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서 발생한 헤즈볼라의 로켓 피격을 거론하며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우리를 해치는 자들에게는 큰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전세계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이번 회의는 세계 1위 테러후원국인 이란의 요청으로 열렸다”고 비판하며 이란이 하마스와 후티, 헤즈볼라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국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하마스 지도자 사망에 관여했다는 이란측 주장을 일축하며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차석대사는 “미국은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우린 가자지구 내 전쟁을 종식하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미사일이나 무장드론, 치명적 공격을 동원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노 미츠코 일본 차석대사도 “중동 지역이 전면전 위기에 처해있다고 우려된다”며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 확대를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이란이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이달 의장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알제리가 이를 지지하면서 소집됐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 방문 도중 피살됐다. 이스라엘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란과 하마스는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
이원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