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의 강렬함으로 여름이 절정에 달했음을 느낄 수 있다. 기상청에서도 예보했듯이 올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 또한 많아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6번째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연일 지속되는 무더위에 냉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여름철 전력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2024.6.20)'을 통해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6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로 설정했다. 특히, 지난 7월 3주부터 오는 8월 3주까지는 '전력 수급 대응 집중 기간'으로 정해서 안정적인 예비력 확보와 에너지절약 실천을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 전력피크 상황 발생 시 단계별로 최대 7.2GW의 예비자원을 확보하고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수요관리 이행을 요구하는 한편, 가정, 상업, 수송 등 민간 부문에서도 범국민 에너지절약 캠페인, 에너지 캐시백 지원과 같은 맞춤형 대책을 실시해 피크 수요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 더불어, 최근 한정된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자원 확보 전쟁과 국제적인 환경기준의 강화로 인한 그린태풍이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인류문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이러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Net Zero)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됐다. 2021년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회 당사국총회(COP26) 이후, 약 160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했고, 76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더 나아가 2023년 12월에 개최된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에너지 효율 향상 2배 증대 등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에너지 효율 향상'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그 이행 방안으로 산업, 건물, 수송 부문의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제시한 바 있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후 문제는 곧 본질적으로 에너지에 관한 문제다. 이러한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관통하는 해결책은 에너지 효율 향상에 달려있다. 지금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2022.6.23)'과 '에너지 효율 혁신 및 절약강화 방안(2023.3.24)'을 발표하며 산업, 건물,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절약 및 효율 향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요를 줄이기 위한 국민 모두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 모범을 보이고, 다양한 경제주체와 국민이 함께 참여해 실천할 때 탄소중립도, 국가 차원의 에너지 효율 향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위원 silee@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