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돼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수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여야 합의제 행정 조직이자 국내 첫 방송통신융합기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임명-탄핵소추-임명' 되돌이표로 식물 방통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부정적 평가 속에 다양한 개편안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5인 위원회 합의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2인 체제'로 파행적으로운영돼 왔다. 방통위는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을 받다 면직된 한상혁 전 위원장부터 김효재 전 위원장 직무대행,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 이진숙 위원장 직무정지에 따른 김태규 직무대행에 이르기까지 2년 가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공영방송 주도권 확보를 제외한 방송·통신·플랫폼에 관한 제대로 된 발전 전망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요금 인상 등 현안이 산적하다.
방통위는 정부업무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인 'C' 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주요 정책·정책 소통·정부 혁신·적극 행정 부문에서 두루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두드러지는 정책 성과가 없었거나 대국민 홍보가 미흡해 국민 체감이 저조했다는 뜻이다.
국회에서도 방통위를 해체하거나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통위를) 이번 기회에 독임제 기관으로 만들거나 없애서 다른 부처로 통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조직은 없애는 것이 낫겠다. 조 위원님의 (부처 해체 및 통합)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정말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합의제가 아니라 독임제로 돌아가는 것은 '관치'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방통위 구조의 장점을 버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시민단체 중심으로는 '공영방송위원회' 정도로 역할을 분리·축소하되, 선거관리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정부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규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모델이 제시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국정과제였던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미디어혁신위원회'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동관 전 위원장 등이 주축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이후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방통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방송통신 융합 논의를 주도했고, 방통위 출범의 밑그림을 그렸던 사람으로서 방통위 모델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이유를 대든 방통위 존속의 필요성,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방송과 정보통신 부분을 분리, 각각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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