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모건 스탠리는 내부 인공지능(AI) 도구인 AI@모건 스탠리 디브리프(AI@Morgan Stanley Debrief)를 출시했다. 오픈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 새로운 도구는 고객의 동의하에 재무 설계사와의 회의 시 주요 포인트를 요약하고 검토 및 발송할 수 있는 이메일을 작성하며, 세일즈포스(Salesforce)에 노트를 저장한다. 모든 메모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회의 당 약 30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 AI 도구는 결과적으로 재무 설계사의 인간적인 접촉인 조언, 고객과의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확인되는 디브리프 내 기능들이 대부분 상용화된 기존 AI 도구들이 제공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줌(Zoom)의 AI 어시스턴트, 자피어(Zapier)에서 구성된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모건 스탠리는 별도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왜 모건 스탠리는 AI 도구를 '사지' 않고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성형 AI 적용 시 뚜렷한 사용 사례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왔다. 이는 23년 대비 24년에 2~5배 증가된 예산, 기존의 '혁신' 예산에서 '영구적 소프트웨어(SW)' 예산으로의 재배치, 비용보다 통제와 맞춤화가 주요 선택 기준으로 확인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기업들이 AI 도구를 구매하지 않고 직접 구축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통합 이슈다. 기업 입장에서 AI 도구는 기존 시스템과 작업 절차에 맞아야 한다. 분리된 솔루션 적용 시 불필요한 비용 증가 및 생산성 역 감소가 우려되기에 맞춤형 도구가 더 나은 선택이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특성에의 맞춤화 가능성이다. 모건 스탠리의 경우 주로 고객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적 인사이트를 얻기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형 AI 도구가 적합한 면이 많다. 세 번째는 비용 효율성이다. 맞춤형 AI 도구 개발에 드는 비용이 AI 모델의 빠른 성능 향상과 맞물려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의 상용화된 도구를 구매하는 대신, 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맞춤형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리더의 입장에서 본인이 속한 기업에 자체 AI 도구 개발에의 투자가 적절한지, 적절하다면 어떤 기준으로 맞춤형 AI 도구 개발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맞춤형 AI 도구 제작 결정 전 관련 업계에서 요구되는 전문 지식수준 평가, 작업 수행 빈도 평가, AI 동작 제어 필요성 평가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불균형한 인간 직원의 업무 능력 및 적응력과 비교해 관련 투자 결과를 충분히 유의미하게 만드는지를 미리 평가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자체 AI 도구 개발을 결정한 이후에는 조직 내 '맥락'을 확인해 AI 도구 개발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맥락은 조직 구조 및 역할 이해, AI 도입 결정에의 구성원들의 태도, 업무 프로세스 분석, 의사 결정 과정 이해를 포함한다.
생성형 AI 도구는 주로 업무 흐름(Work Flow)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이는 조직 내 당연하게 인정되고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추론, 창의력 및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조직 내 업무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관련해 액터 네트워크 이론(ANT)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는 브루노 라투르와 같은 과학 철학자들에 의해 1980년대 초에 개발된 사회 및 기술 시스템 연구 접근법으로 ANT에서는 인간과 비인간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능력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행위자'를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업무 시 AI 도구와의 대화와 관련 업무 성과는 이전에 없던 하이브리드 행위자의 영향 및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AI 도구가 활약하는 업무 공간의 재구성 및 새로운 작업 방식을 탐구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맞춤형 AI 도구에의 기업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 성패를 나누는 건 막연한 AI 도입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 AI 가 도입된 각각의 조직 내 '맥락'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펴보는가에 달려있는 듯하다. 기업들은 AI 도구 도입을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과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결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