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호흡기 질환 연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플랫폼을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은 정성준 신소재공학과 교수, 박사과정 이윤지 씨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치료기술연구센터 김미현 책임연구원, 이명규 박사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 감염 연구와 약물 테스트를 위한 인공 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3D(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3D 인공 폐'를 만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 재료를 사용해 실제와 유사한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재생 의학과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연구팀이 만든 '3D 인공 폐'는 실제 사람의 호흡기처럼 혈관 내피와 세포외기질, 상피층의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간 접합과 점액 분비 등 구조 및 기능이 실제 인체의 폐와 매우 유사했다.
이 모델은 상피층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첫 관문인 특정 단백질(ACE2, TMPRSS2)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극소량의 바이러스에도 감염 취약성을 보였다. 또 기존 2D 세포배양 모델은 감염 후 5일 내로 세포가 파괴되었던 반면, 연구팀이 제작한 모델은 21일 동안 감염으로 인한 세포 병변과 장벽 붕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감염 경로와 바이러스 증식, 숙주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실제 코로나19 환자 데이터와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 치료제(렘데시비르, 몰누피라비르)가 감염된 상피층에 도달하는 경로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메커니즘도 재현했다. 기존 2D 세포배양 방식에서는 약물을 상피세포에 직접 투여했으나, 이번에는 인공 폐 조직을 통해 약물이 조직 장벽을 투과한 뒤 효능이 평가되기 때문에 치료제의 효과와 적정 용량, 잠재적인 부작용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 호흡기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3D 세포·조직 배양 기술을 이용해 임상 연계성을 고려한 초기 효능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를 활용한 인체 감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생체 재료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