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다. WHO는 앞서 2019년 게임 이용장애를 새로운 질병코드로 등재했다. 국내에서는 통계청이 내년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게임 과몰입을 의학적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중독성 질병으로 분류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세워 WHO에 적극적 의견 개진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관련기사 8면〉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이뤄진 장기간의 추적 연구에서 게임 과몰입과 뇌 구조 변화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10월 르완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표준 분류 체계(FIC) 네트워크 연례회의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WHO 연례회의에 정부 관계자나 학자를 포함한 대표단을 꾸려 참석할 예정이다. 과학적 근거와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논의를 주도하고 질병코드 등재 우려를 해소한다. WHO 측에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WHO는 5년 전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재했으며, 이후 구체적 근거나 진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반영할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 미칠 여파와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의 사회적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적용될 경우 전체 콘텐츠 수출의 67.8%에 해당하는 국내 게임 산업 규모가 2년 새 8조8000억원 상당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용 차관은 게임 이용장애와 관련된 학술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여론 형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적 데이터와 함께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론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