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8일 기준 우리 선수들은 12개의 금매달을 포함해 27개 메달을 손에 쥐고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모두가 예상밖의 결과라고 하지만 이는 그간 우리 정부와 국민이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꾸준히 투자를 한 덕택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와 성장은 단지 운동경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로렌스 카츠와 클라우디아 골딘은 국가의 발전을 교육과 기술간의 경주로 비유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교육이 기술과의 경주에서 뒤처질 때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경제 불균형이 확대된다. 반면 교육이 기술을 앞서갈 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경제 불균형도 개선된다.
미국은 이미 19세기부터 보편적 초등교육을 실시했다. 미국의 소득대비 교육수준은 20세기 중후반까지는 유럽 어느 국가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은 유럽과 소득수준이 비슷했던 19세기 중반에 이미 유럽보다 훨씬 높은 취학률을 달성했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의 소득수준은 유럽을 앞서기 시작했는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육에 더 많은 투자했다. 또 20세기 전반에 보편적 중등교육을 실시했고 20세기 중후반에는 대학교육을 크게 확대했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미국보다 몇십년 늦게 시작했고 20세기 말에 와서야 미국과 격차를 없앴다.
카츠와 골딘은 미국이 이처럼 교육에 힘썼던 것이 20세기에 세계 최고 선진국이 됐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은 교육을 통해 기술진보를 이끌었고 비교적 높은 생산성 증가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교육수준 상승 추세가 1960년대 후반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고교 진학률은 크게 낮아졌고 이후 좀처럼 크게 회복하지 못했다 .교육수준 향상 속도가 느려지면서 1970년 중후반부터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졌다. 1990년대 중후반 성장률이 반등하는 사이에도 경제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카츠와 골딘은 지적한다.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기계장치를 조종하고 관리할 줄 아는 고학력 고숙련 기술자가 필요했고 자본집약적인 신산업의 등장으로 교육과 기술간 경주가 가속화됐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골딘과 카츠의 이론에 따르면 인터넷과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차 등 신기술이 등장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산업이 더 많이 탄생하고 고숙련된 고학력 인재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이는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이나 불평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카츠와 골딘은 이 연구에서 미국의 교육이 연방중심의 보편적 교육으로 이뤄져야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우리 교육 현실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AI가 교사의 수업을 돕는 디지털 교과서를 학교에 도입한다. 목적은 교실내 학습격차가 나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해 학습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학습단계와 수준에 따른 개인별 학습지도가 가능하다. 이는 학생간 학습 격차를 줄이고 결국 미래 불평등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미래 경제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시도가 공교육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보편적인 고숙련 사회인을 길러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