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용했던 향수가 2000년 만에 재현됐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최근 튀르키예(터키) 시바스의 줌후리옛 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이탈리아 향수 제조사와 협업해 현대식으로 재현한 카이사르 향수를 올해 10월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카이사르는 군사 원정을 위해 방문한 그리스, 에게해 섬 지중해 등지에서는 향수와 화장품의 수요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로마에서도 향수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카이사르는 당대 가장 유명한 장군이자 독재자였다. 때문에 그의 생활 습관이나 옷차림 역시 대중의 관심 대상이었고 그가 어디서 향수를 구했는지, 향이 어땠는지 등 기록이 당대 여러 기록에 묘사됐다.
연구팀은 그의 향수에 민트, 장미, 레몬, 베르가못, 라벤더, 재스민, 수련, 제비꽃, 시더우드, 앰버 등이 섞여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가장 독특한 재료는 '검투사의 땀'이다. 당시 죽을 수도 있는 결투를 펼치는 검투사들의 땀은 명예의 상징이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죽음의 결투를 벌이고 온 검투사들의 땀에는 땀뿐만 아니라 피나 살점, 흙, 경기장에 입장 전 바르는 올리브 오일 등이 섞여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향수에 검투사의 땀을 파출리로 대신했다. 흙, 나무, 사향향이 섞여 검투사의 땀과 비슷한 향을 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고대 로마의 작가 플리니우스는 검투사의 땀을 사용하는 고대인들에 대해 “운동선수의 몸에서 긁어낸 땀이 몸을 진정시키고, 열을 내고, 종기를 가라앉히고 효과를 낸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당대 일반 대중들에게는 장미 오일과 검투사의 땀을 섞은 향수가 인기있었으며, 수선화나 앵초, 아몬드도 사용됐다고 전했다. 황제, 군사 지도자, 사제들은 여기에 희귀하고 값비싼 아이리스, 시스투스 꽃 등을 정제해 첨가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6월 아르헨티나 연구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로마인이 썼던 로마 향수를 발굴하고 성분을 규명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스페인 카르모나 유적지에서 발견된 작은 석영 병이 2000년 전 향수병으로 확인됐다. 여기에서는 인도 원산 식물인 파출리 향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